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폐허에서

2005-05-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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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의 땅의 한 구석에 엎드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고루한 서생이다. 어쩌다가 예수를 믿게 되었는데 10여 년간 다니던 한인 교회가 둘로 쪼개져 난잡스럽게 싸웠다.
그 싸움에 끼지 않은 나는 교회에서 사귄 친구들을 거의 잃어버렸고 3년 동안 갈만한 한국교회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은 그 작업에서 철저하게 실패하였다.
교인들 앞에 군림하고 교계에서 출세해야 한다는 교역자들의 욕심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인간에게서도 교회에게서도 참혹한 실패를 맛본 나는 인간과 교회가 모두 무너져버린 시대에 예수를 믿어야하는 운명을 한탄해야 했다. 결국 내가 눈높이 할 수 없는 친구들이 세운 조선족교회에 가서 그분들의 도움으로 그런대로 힘들게 안착하고 있다.
지금 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갈만한 한국교회를 찾아 헤매고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 작업에서 허망한 실패를 맛보고 있을까?
나의 눈에 비친 한인교회는 폐허이다. 한 교회 개혁론자의 말을 빌리면 무너진 제단이다. 사람들이 폐허를 떠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 기독교의 성장률이 지금 마이너스 숫자를 기록한다고 하지 않는가? 어느 전문인들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묻는다고 한다. “당신은 아직도 한국 교회를 다니고 계십니까?”하고.
폐허라고 하더라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 떠날 수도 없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떠나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교회가 문제가 있다고 신앙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교회에 안 다닐 수도 없지 않은가? 교회가 신앙의 공동체인데 그 공동체를 떠나서 신앙생활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래서 그들은 아직도 남아서 돈을 내라면 돈을 내고 밥을 하라면 밥을 하고, 새벽기도에 안나온다고 호통 치면 새벽에 나와 울기도 하고, 그렇게 교회를 다닌다.
도대체 교회가 어떻게 운영되는 줄도 모르고. 공동의회에 참석해도, 제직회에 참석해도 수상한 것이 너무 많지만 물어보지도 못한다.
자기들의 그 회의체의 구성원이고 결정권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은 교회의 높은 분들이 하시는 것이니까,
사역 전문가라는 분들은 그들이 하나님으로 받았다는 비전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가?
비전은 내가 받았으니 너희들은 돈을 내라고, 노동력을 제공하라고 그리고 사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가? 큰 교회, 큰 빌딩, 큰 사역을 통해 교계에서 출세하려는 욕망에서 교역자가 먼저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벗어야 할 신이다. 교회가 폐허가 아니라 거룩한 곳이라면 말이다.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쇼날 대학 학장)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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