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러 약세… 지금이 미국 집 살 때다”

2005-04-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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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들 ‘큰 손’ 부각

미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구매자 그룹으로 외국인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외국인들이 부동산 시장에 ‘큰 손’으로 부상하는 가장 큰 배경은 달러 약세와 상대적으로 낮은 모기지 금리다. 외국 투자가 일부는 부동산이 주식이나 다른 증권보다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프라퍼티를 이용하는 데 관심을 더 두고 있다.

모기지 이자도 낮아 “주식보다 훨씬 이익”
플로리다·시카고·라스베가스 등 미 전역서
일본·캐나다·유럽인들 ‘부동산 사냥’


아일랜드 국민인 애나 맥콜건은 메트로 올랜도 지역에서 방 세 개짜리 집을 찾고 있다. 두 자녀를 두고 있는 맥콜건은 “이 곳을 찾는 일이 잦기 때문에 그때마다 호텔 값을 치르느니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집 소유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집을 임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센트럴 플로리다에서 집을 구하는 영국 구매자를 전문으로 하는 브로커 업체 ‘로우리즈 USA’는 지난해 매출이 세 배가 늘어난 1,500만달러였다. 이 회사 공동 대표인 로이 영은 “최근 15개월 동안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한다.
선호 투자 지역에도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럽인은 동부 해안을, 아시안 투자자들은 서부 해안지역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엔 애틀랜타, 시카고, 라스베가스에서도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에겐 약 달러가 가장 큰 호재다. 지난 3년간 유로와 영국 파운드에 대한 달러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이번 주에는 1유로가 1.3달러, 1파운드가 1.9달러 수준이었다.
월터 멀로니 전국 부동산업협회 대변인은 “자국에 있는 부동산보다 미국 부동산이 훨씬 더 저렴한 수준이라 달러 가치 하락이 미국 부동산 투자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국인 하워드 가우드가 달러 약세를 이용한 경우다. 가우드는 지난해 9월 26만달러를 주고 월트 디즈니 월드 근처에 위치한 방 4개, 화장실 3개짜리 집을 투자용도로 구입했다. 지난해만 세 차례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역에 집이 있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우드는 “환율이 좋다고 우리가 판단한 시점에 집을 샀다”며 “플로리다를 좋아하는 개인 특성에 집 값 상승률도 좋아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모기지 금리도 매력 포인트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3월말 현재 8개월만에 가장 높은 6.04%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과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인터넷 발전도 외국인 투자자들을 많이 끌어들이는 요소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물건을 고를 수 있게 됐고, 투자한 집에 들어올 잠재 세입자를 모으기도 쉬워져서다.
2002년에 미국 부동산을 산 외국인 투자자를 출신 국가로 보면 일본, 캐나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순서였다.
캐나다 출신 브라이언 쿠라우저트는 “미국 달러에 대한 캐나다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르면 캐나다 국민이 미국 부동산을 사는 건 더 싸질 것”이라고 말한다.
아시안은 라스베가스 부동산에 특히 관심이 많다. 아시안 투자자들은 라스베가스 일대에서 세워지고 있는 고층 콘도에 눈독을 많이 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라스베가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 김진선씨는 “아직은 한국에서 직접 라스베가스에서 투자하는 한인은 거의 없다”며 “타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라스베가스 콘도 투자를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체 미국 부동산 시장은 올해 상승세가 꺾일 전망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시장에 나온 프라퍼티가 더 다양해지면서 외국인 투자는 계속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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