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재철 목사의 짧은 글 긴 여운

2005-04-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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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방식 2

유질로 이루어진 호두는 영양가가 매우 높습니다. 맛 역시 독특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것을 즐겨 먹습니다.
물론 음식이나 과자의 재료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한방에서는 자양제와 강장제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천식, 기침, 이뇨, 장풍(腸風), 변비 치료제로 이용됩니다. 또한 호두 기름은 피부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동안 부스럼을 예방하기 위해 정월대보름 새벽, 땅콩이나 호두를 깨어 먹는 전통이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호두는 이처럼 인간에게 유익한 열매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호두를 깨어서 알맹이만을 주시지는 않습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알맹이만 우리 입에 쏙 넣어주시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것은 하나님의 방식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방식은 인간 스스로 딱딱한 호두껍질을 직접 깨뜨리게 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이 가만히 앉아서 주는 것을 받아먹기만 하는 유약한 유아나 귀족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과 사람을 위해 자신이 해야할 바를 스스로 행할 줄 아는 강한 일꾼이 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의미의 호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성가신 애물이거나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경험해야 할 하나님의 신비로운 은총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호두를 친히 깨뜨리시므로 만인을 위한 구세주가 되셨듯이, 우리 역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호두를 깨어감으로 진정한 주님의 일꾼으로 성숙하게 됩니다. 미성숙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 예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금 어떤 호두와 직면하고 계십니까? 잊지 마십시오. 하나님께서는 호두를 깨어서 주시지 않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방식이요, 사랑입니다.

- 2005년 4월 홍성사 ‘쿰회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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