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정크 타이틀

2004-12-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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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교회 차를 구입하면서 알게된 사실이다. 차 딜러에서 일하는 성도가 차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그 차의 타이틀이 오리지널인지 아니면 정크 타이틀인지를 알아보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정크 타이틀이란 새 차였으나 큰 사고로 인해 보험 회사에서 아예 정크장에 버리다시피 한 차를 새차처럼 복원하여 새로운 타이틀을 발급받은 차를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새차와 다를 바 없지만 가격차는 현저하다. 또한 정크 타이틀이란 꼬리표가 항상 붙어 다니게 마련이다.
문제는 보통 사람들이 보아서 오리지널 타이틀의 차인지 정크 타이틀의 차인지를 구분하기 힘들다. 적당한 돈을 들여서 차에 대한 족보를 조사해보아야 알 수 있다. 차 사고가 잦은 교통대란의 시대에 살면서 흔히들 있을법한 일이다.
사람들도 서로 다른 타이틀을 가졌지만 함께 어울려 살고 있지 않을까! 인생의 밑바닥을 맴돌며 망가진 형태로 살다가 재기하여 정상적인 삶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정크 타이틀의 차는 가격이 떨어지지만 정크 인생을 살다가 다시 일어나서 늠름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평가를 주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국과 미국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들 중에 과거를 들추어내어 인생을 매장하려는 분위기가 심각하다. 특별히 정치소굴 속에서는 이러한 일이 도를 지나치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는 정크 타이틀도 아직 발급 받지 못한 정크들이 상대 타이틀의 진위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어차피 능력이 모자라는 정치인들이 가담한 민주주의는 상대를 무너뜨려야 자신의 존속이 가능하다는 정치구도 의식을 넘을 수 없을 것 같다. 정크들의 싸움 때문에 오리지널 백성들은 끊임없이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연말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쩐지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술렁거리는 마음들이다. 교회는 이럴 때마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본질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죄악의 물결에 밀려 정크로 침몰했던 인생들에게 새로운 타이틀을 주시려고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반듯하게 전하는 교회들이 되어야겠다.
성탄은 교회만이 즐기는 전용물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진이 되어야겠다. 그럴 때 비로소 함께 정크되었던 심정을 알 수 있으며 오리지널 타이틀은 아닐지라도 새 차처럼 굴러가는 정크 타이틀의 이름이 결코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정크 타이틀의 인생을 더 기뻐하실 예수님을 바라보며 보내는 성탄은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기쁨이 되리라. 정크 타이틀 인생 파이팅!

손경호 목사
(포트랜드 임마누엘 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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