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범수의 선교하는 삶

2004-12-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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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전화 받으세요

미국 크리스천 잡지에 소개된 하늘나라 전화번호는 국번이 두 자리 숫자다. 66-3927(구약 39권, 신약 27권, 합쳐서 66권) 땅끝까지 복음 들고 나간 선교사님들 덕분에 크리스천이 날마다 늘어나는 관계로 하늘나라에도 전화 문의가 폭주한다.


새벽 예배를 마치면 스포츠 센터에 가서 출근 준비를 한다. 수영도 하고 면도도 하는 시간이다.
하루는 사우나 안에 있는 화장실엘 들렀더니 누군가 친절히 한국 신문까지 한부 두고 갔길래 나도 느긋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신문 한 페이지를 막 펼치는데 갑자기 옆 칸에서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건네온다.
누가 날 보고? 하면서 엉거주춤 하려니까 이번에는 “잘 지내시지요? 어제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누구더라? 어제, 감사했다고? 오오라. 어제 식당에서 내가 밥값을 대신 치르고 나간 걸 말하는걸 보니 그분일세, 하고 나는 얼른 신문을 접어두고 바깥으로 나왔는데 바로 그때 옆칸의 사나이가 벌거벗은 채 셀폰을 귀에 대고서 문을 열고 나오는 게 아닌가!
셀폰 없는 사람은 간첩이다. 아니, 요즘 스파이 영화를 보니까 간첩도 셀폰으로 작전을 연락한다. 한국 인구가 4,700만인가 되었는데 셀폰 번호가 3,700만 개라니 아직 말 못하는 신생아 빼놓고는 거의 한 사람이 1-2개씩 셀폰을 쓰는 모양이다.
미국은 너무 넓어서 그런지 커버 안 되는 지역이 많지만 한국은 정말 대단한 모양이다. 아이들이 산타에게 원하는 선물도 컴퓨터 아니면 셀폰이라니 부모 되기도 힘들다.
엊그제 백화점엘 갔는데 매장 전체가 한산한 가운데 점원들만 눈에 띄고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각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도라지 도라지이 배액도오라아지이’ 우리 민요 가락이 울리더니 웬 미국 아줌마가 “헬로우!”하면서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한국산 전화기인 모양이다.
셀폰 업소에서 나에게 골라준 전화기는 최신식이다. 비디오도 찍고 메시지도 보내고 하는 정도는 이미 기본이 되었고 그 밖에도 뭔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은 모양인데 나에게는 그저 벨 울릴 때 떨어뜨리지 않고 제때 받아서 대답이나 잘 하면 되는 정도이다.
내 나이가 꼭 50이 된 것을 어찌 알고 누가 만들었는지 연령별 셀폰 사용법 조크가 딱 내 얘기다. 나에게는 그저 ON-OFF 기능만 있으면 최고다.
최근 미국 크리스천 잡지에 소개된 하늘나라 전화번호는 국번이 두 자리 숫자다. 66-3927(구약 39권, 신약 27권, 합쳐서 66권) 땅끝까지 복음 들고 나간 선교사님들 덕분에 크리스천이 날마다 늘어나는 관계로 하늘나라에도 전화 문의가 폭주한다. 아담 때부터 노아, 아브라함, 요셉, 다윗 등등 이때까지만 해도 전화만 하면 하나님께서 직접 받으시더니 그 후로는 교환수도 생기고 점점 시스템이 복잡해졌다는 것. 요즘은 컴퓨터 시대라 하늘나라에도 컴퓨터 자동 응답 시스템이 가동중이다.
전화를 걸어보자. 철컥. 예예, 하늘나라에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선택 사항을 잘 들으시고 번호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 언어는 1번, 방언으로 말씀하실 분은 2번을 지금 눌러주십시오.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건강에 관한 기도는 지금 3번을, 가족이나 친지를 잃고 슬픔에 잠기신 분은 지금 4번을, 자녀 문제는 5번을 누르십시오. 직장 문제는 6번, 금전 관계는 지금 7번을 누르시고 중보 기도 문의는 8번, 소송이나 억울한 일에 관한 문의는 9번을 누르십시오.
하나님과 직접 통화하기 원하시는 분은 0번을 누르시고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계속 기도하며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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