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잊지 말아야 할 크리스마스의 근본정신

2004-12-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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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기독교의 신앙을 가지고 있든지 그렇지 않든지 관계없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잠기게 된다. 분명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사랑과 감사 그리고 희망의 절기이다. 이 때가 되면 기억되는 이야기가 있다. 복음이 전파되지 않은 부족에게 성경번역과 선교 사역을 하고 있는 위클리프 선교회의 버니 메이(Bernie May)선교사의 이야기이다.
아마존 정글에서 3년 간 생필품들을 운송해주는 비행기 조종사로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던 버니 메이는 성탄절을 기하여 고향의 가족, 친척들에게 돌아갈 꿈에 부풀어 있었다. 고향을 가기 전 마지막 사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은 5시간 비행하여 어떤 부족에게 물건을 실어다 주는 것이었다. 생필품 운송을 마친 선교사는 잠깐의 피곤을 덜기 위하여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갑작스런 기온의 변화로 말미암아 아마존 정글 지역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하루 이틀 그치지 않고 이 비는 계속 되었다. 이 선교사의 꿈은 깨어지고, 정글에서 너무도 쓸쓸한 성탄절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펜실바니아의 고향 친척들은 물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5시간 떨어진 곳에서 역시 쓸쓸한 성탄절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사로 잡혀서 하나님께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 저는 지금 엉뚱한 장소에 있습니다!”
그 날 밤에 선교사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임재를 체험케 되었다. 하나님께서 그 마음속에 너무나 분명한 확신과 음성을 주셨다. “내 아들아, 성탄절이 무엇이지? 성탄절 이른 아침 예수는 너무나 엉뚱한 장소, 베들레헴 마굿간에 태어났단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집에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집을 떠나는 것이란다. 나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예수는 성탄절에 돌아온 것이 아니라 너와 함께 하기 위하여 집을 떠났단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 떠나 있던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흩어져 있던 식구들이 모여드는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근본적인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집을 떠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인간을 위해 집을 떠나신 예수님. 명예와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죄악과 죽음의 세력 밑에서 절망하고 신음하는 연약한 우리 인간들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집을 떠나 우리들을 찾아와 주신 주님으로부터 크리스마스는 시작된 것이다.
우리들도 크리스마스의 근본정신을 따라서 주님처럼 외로운 자, 병든 자, 고통하는 자들을 위하여 나의 안락함을 떠날 수 있으면 어떠할까? 사랑의 손길로, 용서의 마음으로, 베풂의 관심으로 이웃을 찾아갈 때에 성탄의 의미는 나의 삶 속에서도 열매 맺는 것이다.
예수님의 신성이 하늘 보좌에서 계실 때보다 낮고 천한 이 땅을 찾아오실 때 더욱 분명히 드러난 것처럼 사랑이 필요한 자를 찾아 나설 때 참된 성탄절의 축복과 아름다움이 우리들의 삶 속에도 나타날 것이다.

림 형 천 목사
(나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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