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ome과 House

2004-1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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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이맘때가 일년중 제일 훈훈하고 행복한 계절인 듯하다.
그래서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더욱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렸을 적에 본 영화 ‘작은 아씨들’의 그 아담한 2층집은 그대로 한폭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는 듯한 정겨운 ‘Home’으로 지금까지도 아름답게 기억된다.
눈이와서 예쁜집. 낙엽지는 앞마당에 글을 쓰던 사랑스런 집, 정겨운 다락방, 비 개인 뒤 무지개가 축복처럼 걸린 수채화 같은 집. 이런 집이 정말 Home이 아닐까, 언제나 꿈꾼다.
가까운 분중에 한분의 집을 가끔 방문할 일이 있는데, 그분은 시큐리티가 있는 게이트 안에 꽤 큰 평수의 저택을 4~5년전에 구입, 앞 뒤 정원에 비싼 나무들을 새로심고, 벽에는 이태리에서 공수해 온 돌조각을 붙였다.
그림은 누구누구 이름있는 화가의 것을 걸었다는데, 천장이 높은 그집은 언제나 썰렁하게 춥고 어두웠다.
겨울에도 히터를 틀지않아 식구들이 집안에서도 두터운 외투를 껴입고, 어떤때는 장갑도 끼고 있었다. 물론 절약하는 것도 좋지만 이 썰렁한 집에는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게다가 흰색에 가까운 이태리 소파는 손님이 앉을 때에도 커버를 씌우고, 냄새가 날까봐 생선이나 된장찌개는 절대로 집에서는 해먹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가끔 생선지지는 냄새도 나고해야 훈훈한 가정의 분위기가 느껴질 것 같은데…. 게다가 집이 크니 많지도 않은 식구들이 각자 자기방에 있으면 서로 얼굴 볼 기회도 없는 듯 했다.
그리고 4-5년동안 많이 오른 집값을 이용(게다가 집 Value를 높이려고 많이 치장했으므로) 두 번이나 에퀴티론을 뽑아 썼기 때문에 집 페이먼트가 짐작이 간다.
나는 썰렁한 이댁에 갈때마다 Home이 아닌 House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따뜻한 Home하면 언제나 생각나는 장면이 또 있다.
‘One Fine Day’라는 영화에서, 하루종일 뉴욕의 그 복잡하고 정신없고 살벌한 곳을,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뛰어다니다가 저녁때 집에 돌아와(아마도 콘도나 아파트 인듯하다) 그 따뜻하고 아늑하고 포근한 내집에서의 안식.
영화를 보는 나도 따뜻하고 행복해서 나른한 졸음이 오는 듯한 그 보금자리. 지친 몸과 마음을 감싸주는 소중하고 다정한 내 집-Home.
집은 크던작던, 얼마짜리든, 온 식구들이 모여앉아 추수감사절 터키를 나누어먹고 서로 행복해하는 곳이 바로 Home Sweet Home이 아닐는지.

수잔 황
<시티 부동산 대표>
(213)70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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