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하에서 꽃피운 기독교신앙

2004-11-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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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예수 믿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다. 역설적인 것은 터키 관광수입 대부분은 기독교 유적 때문이라는 점이다. 옛날 터키가 위치한 아나톨리아 지방이 로마제국 통치하에 있었고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이 크리스찬 문명의 중심지로 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캅파도키아도 이같은 비잔틴 문명의 불가사의한 기독교 유적 중 하나로 꼽힌다. 캅파도키아는 원래 이집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왕국인 히타이트(BC 3000)의 중심지였다. 그후 알렉산더 대왕과 로마 제국에 합병되었다가 셀죽과 투르크족에 정복당했기 때문에 속옷은 기독교 문명이고 겉옷은 이슬람 문화로 장식되어 있는 묘한 곳이다.
캅파도키아에는 수많은 동굴 속에 수도원과 교회가 있었고 이슬람이 비잔틴 제국을 쓰러뜨리자 무슬림의 박해를 피해 크리스찬들이 땅속으로 숨어 들어가 하나의 지하도시를 이루었다. 갑파도키아는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로 1시간 떨어진 터키의 중부 내륙 지방이다. 3,000만년 전에 화산이 장기간 계속되어 재가 쌓인 후 비가 와 시멘트 가루를 물과 섞은 것 같은 물렁한 토질로 변했다. 마치 달나라의 표면을 연상케 한다.
나무가 거의 없고 바위만 있는 허허벌판이지만 이곳의 바위는 돌덩어리가 아니라 흙덩어리며 파자마자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그래서 교회의 수도자들이 동굴을 파고 은신하기 안성맞춤이었고 후일 이슬람의 공격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어 가는 것이 가능했다. 수도자들이 속세를 저버리고 동굴에서 생활한 것은 예수의 말씀대로 살자는 개혁운동의 하나였다. 이 운동의 정신적인 지도자는 캅파도키아 지역을 담당하던 바질레오스 주교였으며 이집트의 수도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캅파도키아에는 ‘요정의 굴뚝’으로 불리는 버섯(사진)처럼 생긴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많은데 어떤 것은 높이가 40미터나 된다. 대부분 캅파도키아의 중심 타운인 카이세리 근처에 있는데 카이세리는 손으로 짠 카펫으로 유명하다. 동굴 수도원들이 몰려 있는 곳은 괴레메 지역이며 지하 마을은 카이마클리 지역에 있다.
놀라운 것은 크리스찬들이 숨어 지내던 이 지하타운이 존재하는지 1,300여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1963년 집을 짓던 농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입구가 가정집 문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인데 들어갈수록 넓어지고 거미줄처럼 동굴이 얽혀 있어 가이드 없이는 돌아 나오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리고 신도들이 질식하지 않도록 공기가 통하게 꾸민 것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120여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진 지하 도시 속에는 2,000여명이 생활한 것으로 보이며 이같은 동굴타운이 아직도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나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지나치게 형식에 빠지면 기독교의 원래 정신과 멀어지는 것이고 수도자는 항상 검소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캅파도키아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기독교 자성운동이다. 그리고 땅속에서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지킨 크리스찬들의 자세는 1,500여년이 지금도 기독교인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수많은 동굴수도원과 땅속 피난처로 연결된 터키의 캅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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캅파도키아의 절경은 석양이다. 괴암과 암석으로 형성된 게레메 마을, 크리스찬들의 성지순례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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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교회 천정에 구약내용을 그린 벽화. 캅파도키아에는 이같은 동굴이 수백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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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년전 폭발한 화산재가 굳어져 그랜드캐년을 방불케 하는 계곡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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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 크리스찬들이 숨어지낸 지하도시. 수십개의 통로를 가진 8층 타운으로 1960년대에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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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와 교인들이 기도원으로 사용하던 동굴. 마치 산 전체가 포격당한 것처럼 구멍이 뚫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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