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렉산더’ ★★★(5개 만점)

2004-11-26 (금)
크게 작게
‘알렉산더’ ★★★(5개 만점)

알렉산더가 페르시아군과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 역사적 전쟁에서 다리우스왕은 대패했다.

(Alexander)

현란한 포장 지루한 내용
3시간 대작 불구, 알렉산더 내면 묘사등 빈약

위대한 실패라고 해두자. BC 4세기에 20대의 나이로 유럽과 동아시아를 말아먹고 헬레니즘 문명의 기틀을 마련해 놓은 알렉산더의 얘기를 영화로 소화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항상 야심만만하고 지나친 올리버 스톤은 자신이 마치 알렉산더인 양 착각하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자신의 야망과 힘에 도취한 알렉산더와 스톤은 사실 같은 인물이다. 둘 다 자제할 줄을 모른다.
상영시간 3시간짜리의 거대하고 화려하며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인데 스케일과 형식미에 비해 극적이나 감정적 충격이 미약하다. 훌륭한 드라마가 갖춰야 할 깊이나 멋이 부족하고 주인공 알렉산더의 내면 묘사도 빈약하다. 마치 재미없게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세계사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장황하고 말이 많고 허세를 부리는데 연기들도 과장됐다.
물론 떼돈을 들여 모로코와 태국 등지에서 찍은 영화여서 세트, 예술, 프로덕션 디자인 및 의상과 장신구 등은 화려하고 훌륭하다. 1956년에 리처드 버튼이 알렉산더로 나온 ‘알렉산더 대왕’과 비교해 보면 좋을 것이다.
알렉산더의 동료 프톨레미(앤소니 합킨스)가 늙어서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마세도니아의 왕자 알렉산더의 아버지는 외눈의 정복자 필립(발 킬머)이고 남편을 뱀 보듯 하는 왕자의 어머니는 야심만만한 올림피아스(앤젤리나 졸리-뱀을 온 몸에 칭칭 감고 심한 액센트의 대사를 하는데 꼴불견). 알렉산더의 스승은 아리스토텔레스(크리스토퍼 플러머).
올림피아스는 알렉산더가 어렸을 때부터 그를 아버지의 영향권에서 빼앗아 내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데 알렉산더는 시쳇말로 마마보이. 그와 올림피아스의 관계는 외디퍼스 콤플렉스의 그것이데 알렉산더가 커서도 철저히 맺어지는 둘의 관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성장한 알렉산더(콜린 파렐-알렉산더의 크기를 감당 못해 하는 것 같다)는 어릴 적 친구이자 동성애인인 헤파이스티온(자레드 리토-소홀히 취급됐다)등 심복 참모들과 군대를 이끌고 유럽과 아시아를 점령키 위한 10여년의 대장정에 나선다. 첫 대전은 페르시아왕 다리우스의 대군과 치르는데 이 장면과 후에 인도에서 벌이는 코끼리를 탄 인도군과의 피가 튀는 치열한 전투장면은 장관이다.
알렉산더는 바빌론에 입성해 지역 여인 록샌(로사리오 도슨이 젖가슴을 드러낸 채 암코양이처럼 날뛰는 희극적 연기를 한다)과 결혼하면서 정복지의 삶과 문화에 조화하려고 시도한다. 이 때문에 전우들의 반란까지 일어난다.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에 들어갔다가 퇴군한 알렉산더는 바빌론에서 열흘간 광란의 술 파티 끝에 33세로 요절했다. R. WB. 전지역.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