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우보이와 양떼

2004-1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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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서부의 정취를 담고 있는 사진 중에는 카우보이와 양떼들 또 귀여운 강아지 몇 마리가 있는 것이 많다. 귀엽고 철없이 생긴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우리들 생활과 밀접한 부동산관리자의 역할과 너무 흡사해 혼자 웃곤 한다. 보통 카우보이 한 사람에 강아지 몇 마리를 훈련시켜 양 몇 백 마리-사실 몇 마리인 지 세어보진 않았지만-를 지키게 한다. 우리 부동산 관리자들도 강아지들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많은 수의 테넌트를 문제없이 주인의 뜻대로 잘 인도하고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개들이 늙거나 딴 짓을 하거나 양에게 차인다면 양떼를 돌보는 역할을 그만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돈이라는 ‘요물’은 모든 사람들 품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잠깐 어떤 사람 품에 들어갔다가 자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 싶으면 슬그머니 빠져나가고 한참 후에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능력이 생겼다 싶으면 그 사람에게 주저앉고 아니면 다시 빠져나온다.
흔히 사람에게 돈을 벌 기회가 3번 주어진다고 한다. 그 기회를 맞을 준비와 능력을 평소 키워나가는 준비가 필요하다. 현대 재력 축적의 척도 라 할 수 있는 부동산 소유주가 되기 위해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25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한 경험으로 비춰보면 부동산은 10여년 주기로 항상 바뀌었다. 70년대 말까지는 그야말로 호경기였다. 내 부친이 지난 73년 3만2,000달러에 구입한 주택은 5-6년 후 5배이상인 15만달러로 치솟았다. 80년에는 이자가 19% 까지 뛰며 불황이 닥쳤고 86년까지 바이어스 마켓을 유지하다 88-90년까지 미친 듯 가격이 점프했다.
물론 80년대 초나 90년대 중반에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 자체가 고통이기도 했다. 4.29 폭동, 지진, 탈 캘리포니아, 전국적인 불경기 등으로 인하여, LA 부동산 가격은 90년대말까지 하락세를 거듭했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반복한다고 하지 않던가. 가격상승은 99년 정도부터 이자하락의 도움을 받아 내려간 만큼보다 더 어마무지한 가격상승을 했다. 73년의 3만2,000달러짜리 부동산은 현재 약 100만달러가 됐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항상 망각하기 때문이지, 달도 차면 기운다는 옛말은 정확한 것 같다. 화무십일홍이요, 올라간 것은 내려오고 내려온 것은 다시 올라간다는 원칙만 생각하며 경제적인 결정과 방향을 설정하고 살아야할 것 같다.
즉 경제적인 부자가 되면 먹고 사는 데는 조금 편안할지는 몰라도 그 재산을 지키고 또 불리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과 인내를 해야 한다. 고통이 따르고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돈 많은 부자인지, 마음의 부자인지를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은 의미 있다. 부동산인의 한 사람으로 떠오른 말은 “잘 길들여진 강아지는 양떼를 잘 지키고 카우보이도 편안히 자게 한다”는 것이다.

샘 이
<원 프로퍼티스>
(213) 252-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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