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못된 어드바이스

2004-11-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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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보려고 하는데, 어느 순간 이 딜에 전혀 관계가 없었던 다른 회사 에이전트가 끼어들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제 손님께 혼란만 주고 있어요. 그 손님은 이제 제 얘기도 듣지 않아요.”
이 같은 사정을 털어놓으며 속상해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동료들의 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 이런 전화를 대하다 보면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자기 딜도 아니면서 끼어들어 판사, 변호사인양 잘못된 어드바이스를 주거나, 손님을 부추겨 소송으로 유도, 결국은 손님께 불리한 결과를 초래해 시간과 금전적 손해를 입히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는 꽤 많다. 남에게 피해만 주는 이런 부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부동산 에이전트로서 딜을 만들고 진행하다 보면, 물론 성취감에 즐겁고 보람된 경우도 많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로 곤욕을 치르고 어렵게 딜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그나마 이 정도면 다행이다. 딜이 깨지는 것은 예사. 심지어 피소를 당할 때도 있다.
처음부터 에이전트가 고의적인 사기로 손님께 커다란 피해를 입혔다면 물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고, 라이선스도 박탈해야 함은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을 다르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또한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인해 생긴 문제를 성실히 해결해 드리지 못해 소송을 당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 그것도 같은 비즈니스에 몸담은 동업자가 끼어들어 흔들어놓고 손님과의 대화를 단절시킨다면 어찌하겠는가. 결과야 어떻든 말든 훼방부터 하고 보니 참 많이 답답하다.
부동산의 경우도 대부분 소송의 발단은 감정대립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물론 감정대립의 원인은 대화의 단절이다. 그리고 소송의 마지막 해결책은 결국 ‘머니’(money)라는 결론에 도달한다면, 애초에 손님과의 진솔한 대화와 사과로 서로의 감정을 풀고, 서로에게 발전적인 해결책을 찾다 보면, 사실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내 에이전트가 거짓말만하고, 내 편에서 일을 해주는 것 같지 않아요.” “에스크로를 깨고 싶은데, 에이전트가 무조건 화만 내요.” “리스팅 사인만 받아갔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손님들이 자신의 에이전트가 아닌 다른 에이전트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다. 이 경우 동료를 비방하기보다 좀 더 성숙된 답변을 드릴 수는 없는 걸까?
물론 그 에이전트의 잘못도 있을수 있지만 , 다분히 일방적인 컴플레인 일 수도 있다. 다른 한쪽의 상황을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그 에이전트를 소송하라는 어드바이스는 ‘불난 데 부채질 하는’ 격이다. 이 것으로 뭘 얻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결과는 오히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나를 내세우려는 의도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헐뜯는 습성은 열등감에서 나온다고 한다. 좀 더 성숙되고 상부상조하는 업계의 풍토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린 최
<뉴스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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