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대통령 선거와 미국의 힘

2004-11-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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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관심과 참여 끝에 미 대통령선거가 막을 내렸다.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진 이번 선거는 유례가 없는 경쟁과 분열의 현상을 보였다.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들이 막판까지 공통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서로 다른 결과들을 내놓았으며 민주 공화 양당의 TV광고비는 무려 5억5천만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기에 여러 언론기관에서도 미국의 양극화 현상에 대하여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치러질 때에 예상대로 박빙의 경쟁이었지만 분열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힘이 진정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며 선거는 막을 내렸다.
미국의 힘이란 분열의 힘이라기 보다는 화합의 힘이었음을 잘 보여주었다. 개표가 거의 진행되어 승리가 예상되는 부시후보는 상대방 케리 진영의 이의제기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상황을 분석한 케리 후보는 곧 부시후보의 승리를 축하했으며 자신의 패배를 공적으로 인정하였다. 그 인정함에도 비탄과 패배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여 미국을 위하여 경쟁하였기에 당당함이 있었다.
그는 연설을 통하여 자신이 미국을 위하여 가졌던 꿈과 비젼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였음과 미국의 선거에는 실패자(loser)가 없음을 말하였다. 왜냐하면 후보자들이 성공하든지 못하든지 그 다음날 아침에는 모두 미국인으로 깨어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because whether or not our candidates are successful, the next morning we all wake up as Americans)
그의 말대로 두 후보 중 한 사람은 당선자로서 대통령이 되고 한 사람은 낙선자가 되지만 그 누구도 실패자는 아니며 국가를 위하여는 결코 패배자는 아닌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있음이 미국의 힘인 것이다. 대통령직만이 모든 것이라고 하면 분명 낙선자는 실패자이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을 추구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국민의 유익을 추구한 것이기에 낙선했다고 했더라도 그들은 실패자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낙선자도 자랑스럽고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인들의 모임만 생기면 회장이나 대표자 선출을 위하여 법정에까지 쉽게 가곤 했던 우리들의 기억에 비하면 이 나라가 강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는 자세, 최선을 다하여 경쟁하지만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자세, 자신의 직책을 위하여 싸우지 않고 자신이 섬겨야 할 공동체를 위하여 힘쓰는 싸움, 그리고 승자와 패자가 선거 후에는 전체의 화합을 위하여 힘을 모으는 자세등은 우리들이 배워야 할 성숙한 모습이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있는 공동체는 행복한 공동체이며, 이러한 정신으로 힘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는 기관은 힘이 있는 기관인 것이다. 이번 선거의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또한 이러한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협력하고 세우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신에 기분좋은 박수를 보내본다.

림 형 천 목사
(나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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