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님에게 먼저 연락한다

2004-1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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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소개로 타주에서 이사 왔다는 한 한인을 만났다.
그 한인은 “현재 다른 에이전트를 통해 집을 찾는 중”이라며 특히 자신의 에이전트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칭찬을 했다. 얘기를 들어본 즉, 성실한 에이전트라는 판단이 들어 “그 에이전트에게 좋은 주택을 구입하라”고 인사한 후 헤어졌다. 이후 그 한인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주택을 장만, 흡족해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 한인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그 에이전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는 그렇게 주택 구입에 수고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에이전트 이름은 물론 그가 속한 회사명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 한인이 주택을 구입한 후 에이전트가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주택을 구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자신의 주택을 사주거나 팔아준 에이전트에게 다음 매매도 부탁하겠다고 답했다. 주목할 것은 실제로 실행에 옮긴 고객은 14%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처음에 일을 했던 에이전트를 도무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에이전트들이 짧은 기간 내 업계를 떠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또 회사나 일하는 지역을 자주 옮기기도 한다. 결국 매매가 끝난 후에 손님과 연락이 두절되고, 손님이 에이전트를 찾을 때는 이미 연락처가 바뀐 상태이다. 전적으로 에이전트의 책임이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매가 끝난 후에도 자주 손님과 연락을 취하는 것도 그 만큼 필요하다. 애프터서비스를 잘하는 에이전트가 쓰는 ‘3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고객이 집을 구입한 3일 후에 연락, 집에 찾아가고, 3주 후에 또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을 체크한다. 3달 후에는 고객이 잘 지내고 있는지 다시 확인한다. 그 후에는 적어도 3~6개월에 한번은 통화를 하며 관심을 표명한다.
한 에이전트는 주택을 구입한 손님에게 전혀 연락을 안 했다. 문제는 손님이 주택에 문제가 있으면 자신에게 불평을 할 것이라는 염려에 사로잡히게 됐다는 것. 매매를 도와준 손님의 주택에 문제가 있으면 성심 성의껏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에이전트의 자세다. 사실 웬만한 문제는 주택보험에서 커버되니 에이전트의 역할을 크지 않다. 문제는 고객에 대한 마음씀이다. 특히 집을 판 후에도 항상 연락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매매 진행 중이라면 고객과 에이전트가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고객들도 꽤 된다. 특히 리스팅을 받으면 거의 매일 셀러인 주인에게 연락, 경과보고를 하는 것은 필수.
자신의 가장 큰 재산을 맡겨놓은 셀러는 불안해한다. 끊임없이 대화로 편안하게 주택 매매를 도와주는 것이 에이전트의 할 일이다. 손님이 에이전트에게 먼저 연락을 하기 시작하면 대화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스크로에 들어간 후에도 매매 진행 상황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어떤 에이전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서 매일 진행되는 매매 절차를 셀러는 물론 바이어, 융자회사, 에스크로 회사가 볼 수 있도록 리포트를 만들기도 한다. 한 에이전트의 경우 에스크로에 들어간 후 손님에게 모든 관련회사가 아침 9시에서 저녁 5시까지 근무를 하니 매일 오전 11시에 손님의 직장으로 전화를 드려서 진행과정을 알려준다고 약속한다. 이러면 손님이 불안해서 아침, 저녁으로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하지 않는다. 손님의 신뢰를 원한다면 에이전트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

정학정
<뉴스타 부동산 부사장-토랜스 지점>
(310)61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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