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음따로 행동따로

2004-11-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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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필자는 식당이 있는 샤핑센터에 갈 때마다 반갑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주차금지라고 표시된 가게 앞에 태연히 차를 세워놓고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는데도 말이다.
또 아무렇게나 파킹하여 2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자리를 점령한 얌체들도 눈에 띄고 주차장 한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신문 가판대에서 1부 값만 넣고 여러 부를 꺼내 가는 사람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나이와 남녀에 구별이 없으며 심지어는 한창 배워야 할 학생들까지 끼어 있다.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한인 동포이며 십중팔구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교인들이 기본적인 실생활에서조차 일반시민의 본분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는 한 예에 불과하다.
명색이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체면을 위해서라도 무언가 달라야 하는데 교인이 아닌 사람이나 도무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교회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있고 인구의 3분의1 가까이가 신자라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낙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부정부패와 비리, 범죄와 가치관 상실, 퇴폐와 도덕붕괴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출한국하는 망국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인은 빛 좋은 개살구 격이다. 교회에서는 믿음도 좋고 매우 열성적이다. 새벽기도, 주일 성수, 예배와 찬양, 헌금과 봉사 등등 어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실제생활은 신앙심과 거리가 멀다. 믿음 따로, 행동 따로인 셈이다. 그래서 복음전파를 가로막고 있는 최대 장애물은 아이러니칼하게도 교인들 자신이다.
이런 괴리현상이 생긴 근본적 원인은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해야 하는데 교인들을 놓칠까봐 달콤한 사랑과 축복(은혜)의 말씀만을 강조하고 듣기 싫어하는 법과 윤리(진리)는 비치지 않은 결과이다. 목사님들은 ‘교회는 죄인이 모이는 곳’ 이라든가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며 책임을 호도하고 있지만 교회는 교도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는 말씀을 몸소 익히는 모델하우스인 것이다.
교인의 신앙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목사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교인들이 이런 사실을 몰라서 가만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목회자를 믿고 존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교인들이 목사들을 불신하거나 등을 돌리게 된다면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목회자들은 종전의 목회방법으로 교회를 잘못 이끌어 왔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런 결단과 거듭남이 없으면 한국교회는 미래가 없으며 삼류종교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그냥 어물쩍 넘어간다면 30년 후 복채를 사기 위해 교회를 찾지 말란 법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조 만 연
(주사랑교회 장로)
<기윤실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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