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화 중에는 셀폰을 끄자

2004-10-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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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업체의 사무실. 에이전트가 손님과 막 상담을 시작하는데 손님의 셀폰이 울렸다. 손님의 통화가 끝난 후 대화는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이번엔 에이전트 셀폰이 울렸다.
역시 에이전트도 대화를 중단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손님의 셀폰이 울리고, 다음엔 에이전트의 셀폰, 이렇게 번갈아가며 울리기를 몇 번.
두 사람은 대화 중에도 몇 차례 셀폰을 받아야했다. 그러다 보니 10분이면 충분할 대화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끝났다.
문제는 대화의 맥이 끊어지다 보니 이 둘은 ‘핵심’을 뚜렷이 기억하지 못한는 것. 대화하다가 전화를 받으니 앞에 있는 상대에 미안해서 전화도 제대로 못 받고 제대로 전화 대화도 못하니 전화 내용도 어렴풋하기는 마찬가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만일 셀폰이 없던 시대에 살던 사람이 하늘에서 이 모습을 보았다면 “참 문명의 이기 때문에 고생 하네”라고 했으리라.
부동산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손님들이 에이전트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상담 중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에이전트와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손님과의 대화에 최선을 다하려고 셀폰을 꺼놓으면 다른 손님은 연락이 안 된다고 불평할 것이 아닌가.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손님과 대화를 시작하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셀폰을 끈다.
그리고 다른 손님과 대화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메시지를 남기면 빠른 시간 리턴콜을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물론 다른 손님들의 전화도 매우 중요하나 지금은 상담중이라서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메시지를 남기시면 곧 전화를 드린다는 앤서링 메시지를 남기는 것은 필수. 에이전트가 이 같이 행동하면 대부분 손님들도 자신의 셀폰을 끄고 대화에만 집중하게 되니 알찬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뒤따라야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쉬운 해결책이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물론 전화가 비즈니스의 큰 부분 중 하나인 에이전트들의 경우 아무리 상담 중이라고 하지만 전화를 꺼놓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일 VIP고객의 전화가 오면 어쩌지. 많은 전화를 받는 것이 자신이 가장 바쁜, 최고의 세일즈맨처럼 보이기 원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여기다 집이나 혹은 비즈니스에 긴급한 일이 발생해도 연락이 닿지 않을 것 같은 걱정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전화를 받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한 앤서링 메시지를 듣고도 메시지를 안 남긴다면 십중팔구 그렇게 중요한 사안은 아닐 것이다.
손님이 원하는 에이전트란 몇 천개의 딜을 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에이전트가 아니라 자신의 딜에만 최선을 다해주는 사람이다.
또 셀폰을 꺼놓아 긴급한 연락을 받지 못한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예전 셀폰이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해 보라. 우린 그 시대에도 잘 살았다. 그리고 정말 긴급할 일이면 어떤 경로를 통하든 연락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 인생에서 화급을 다툴 정도의 긴급한 일은 몇이나 될 것인가?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과 진솔한 대화를 통하여 서로의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다.

정학정
<뉴스타 부동산 부사장-토랜스 지점>
(310)61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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