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수리, 영화 한편이 주는 교훈

2004-10-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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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주위에서 아주 오래된 하우스나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 요즘 집값이 워낙 치솟다 보니 그런 집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고쳐 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대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는 영화 한 편을 권한다. 집을 수리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다룬 ‘머니 핏’(The Money Pit)이라는 영화다. ‘머니 핏’은 돈 들어가는 구멍이라는 뜻.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포리스트 검프’에서 열연하는 등 아카데미상만 두 번 받은 탐 행크스이고 여주인공은 TV 드라마 ‘치어스’(Cheers)에서 주연했던 셜리 롱이다. 이혼 수속을 하고 있던 여자 친구 애나(셜리 롱)의 집에서 얹혀 살던 월터(탐 행스)는 애나의 남편이 여행에서 돌아와 자신의 집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자 급하게 집을 찾는다.
돈이 별로 없던 월터에게 알맞은 집 찾기란 쉽지 않을 터. 당장 길가로 나앉을 지경에 처한 월터는 급기야 조금 안면이 있는 부동산 업자를 통해서 천신만고 끝에 한 집을 소개받는다. 그 집은 도시에서 벗어났지만 궁궐 같은 저택.
월터와 애나는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그 집을 찾아가게 되고 그 집에 혼자 사는 할머니를 만난다.
그 할머니는 “혼자 살기에는 집이 너무 크다”며 상상할 수 없는 싼 가격에 집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웬 횡재냐고 생각한 이들은 집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집을 산다. 하지만 이게 웬 난리.
입주 첫 날, 수돗물은 안나오고, 누전까지 되었다. 너무 낡은 계단은 허물어져 사다리를 타고 이층에 올라야 할 정도.
이층 바닥은 삭아 욕조가 일층으로 떨어지기까지 한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니 집은 어느새 물 천지가 된다.
자신의 경솔함을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컨트렉터를 부르니 엄청난 수리비용을 요구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하고 나니 그 컨트렉터는 전혀 보이지 않고, 서브 컨트렉트를 맺은 일꾼들이 와서 집에 안 좋은 부분을 부수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집은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수리기간만 거의 1년을 허비해야 했다.
이 기간 사생활이란 없이 작업부들과 지나며 애나와 월터의 관계는 멀어진다.
통장의 돈도 바닥이 난다. 거의 집이 완성된 것 같아서, 다시 얼마쯤 걸리느냐고 물으니 대답은 물론 3주가 걸린다고 한다.
결국 집이 고쳐졌을 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야 했고 둘의 관계는 집의 완성을 계기로 완전히 남남이 된다. 하지만 완성된 아름다운 집을 보는 순간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기로 결정한다.
별 생각 없이 헌 집을 수리하시려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꼭 권하고 싶다.

정학정
<뉴스타 부동산 부사장-토랜스 지점>
(310)61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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