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비싸 교외 빈곤층 증가

2004-10-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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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비싸 교외 빈곤층 증가

중산층의 상징이었던 교외 지역에 요즘에는 빈곤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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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도심에 살던 저소득층 주민들이 교외로 내몰리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북서쪽에 있는 세인트찰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가구당 중간 소득이 5만8,547달러로 미주리주에서 가장 높은 세인트찰스 카운티에는 세계최대의 항공사 보잉을 비롯, 제너럴 모터스(GM) 시티그붑 등이 수백여 명의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있다. 실업률은 낮고 건설 경기는 붐을 이루고 있다.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주택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매주 목요일 저녁 무료 급식소 앞에는 약 130명의 저소득층 주민들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민자 늘고 도시 저소득층 유입
높은 주거비로 한집에 두가구 살기도

급식소 앞에 모여있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인 45세의 케이트 헤이니는 학력이 낮고 직업이 없는 전형적인 빈곤층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가 둘이 있는 이혼녀인 헤이니는 대학 학력에 직업도 있지만 생활이 힘들다. 괜찮은 집에 살고 가족을 부양하면서 7년된 포드 에스코트 승용차에 개솔린을 넣고 정비를 하기에는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인트찰스 카운티에서는 일년에 3만6,000달러를 벌어야 나와 식구가 겨우 먹고 살 수 있다. 수준있게 생활하려면 7만달러는 있어야 한다. 은퇴를 위해 저축이라도 하려면 이 액수의 두 배가 있어야 한다”
헤이니는 말한다.
헤이니는 미국의 교외 지역에 증가하고 있는 빈곤의 모습이다.
교외지역의 빈곤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사상 처음으로 도심권 빈곤층 인구와 거의 비슷하게 됐다.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메카로 지난 50년 간 뿌리를 내렸던 교외지역에 지금은 영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극빈층과 부유층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교외지역의 중산층 비율은 지난 1980년 75%에서 2000년에는 61%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교외지역 빈곤층과 부유층의 비율은 증가했다.
“좋은 학군에 증산층이 거주하고 곳으로 통했던 교외 지역의 이미지는 이제 현실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브루킹스 보고서의 공동 작성자로 LA에 있는 옥시덴탈 대학의 정치학 교수 피터 드라이어는 지적한다.
교외지역 주민 가운데 빈곤층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이민자들과 도심 빈곤층의 유입 때문이다. 도심 재개발붐을 타고 과거 저소득층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에 새 아파트와 비싼 콘도들이 건설되면서 이들 주민이 도심권에서 밀려나 먼 교외지역까지 광법위하게 퍼지게 된 것이다.
근래들어 교외지역의 고용 창출은 도심권과 비교, 많이 늘었다. 그러나 주택 및 개솔린 가격의 급등 저소득층 주택 단지 조성 및 대중 교통수단의 확대에 대한 기존 교외지역 주민들의 거부 및 반발로 많은 근로자들은 빈곤으로 내볼리고 있다.
교외지역의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로컬 정부도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이들 주민에 대한 보건 복지 카운슬링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이 없다. 큰 도시들은 빈곤층 지역을 철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겠는가. 이들이 갈 곳은 교외지역밖에 없다”
델라웨어주 윌밍턴 교외 지역인 뉴캐슬 카운티의 시의원 로버트 와이너는 지적한다.
연방정부는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수입이 1만8,810달러 이하일 때 빈곤층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역에 따른 수입 및 생활비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미국내 50대 도심권을 대상으로 삼았다. 개인 소득이 해당 지역 평균의 75% 이하이면 빈곤 그리고 125% 이상이면 부유층으로 구분했다.
교외 지역 빈곤층 증가의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바로 비싼 주택 가격.
마이린 벤추라(32)와 마누엘 게레로(33)는 자녀 셋과 함께 LA 근교에서 살고 있다.
벤추라는 환자를 병원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고 게레로는 스쿨버스를 운전한다. 이들이 타는 차는 92년형 셰비 애스트로밴과 84년형 도요타 픽업이다.
이들의 연간수입은 합쳐서 약 5만달러.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층 수입의 거의 세 배나 된다. 하지만 벤추라와 게레로는 렌트로 월 1,200달러를 내면서 저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둘이 있는 친척부부와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했다.
벤추라와 게레로는 현재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은행 융자는 물론 패사디나 네이버후드 하우징 서비스라는 비영리 단체의 패사디나 시정부의 재정 보조를 받아 겨우 집을 마련한 것이다. 방 세 개에 화장실이 한 개가 있는 이 집의 가격은 38만5,000달러 그리고 월 모기지는 1,700달러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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