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번 들은 ‘음’ 놓치지 않은 ‘희망의 천사’ 음악신동

2004-09-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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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밤 공연하는 자폐성 천재 코디 이군 (8세)

정신·지체 중복장애 어려움 딛고
35회 연주경력… 주류사회 큰 화제

한국계 3세 코디 이(한국명 태현 Jr.·8)군은 완전 음조와 한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외워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지구상에 50명도 채 안 된다는 ‘자폐성 천재’(Autistic Savant), 그 중에서도 ‘음악신동’(Musical Savant)이다.
8세답지 않은 깊은 감성의 연주와 노래의 주인공 코디를 오는 25∼26일 LA와 OC에서 만날 수 있다. 제7회 ‘밀알의 밤‘에 초대손님으로 이지선·하덕규씨와 함께 초청돼 한인사회에는 처음으로 공연하기 때문이다.
‘자폐성 천재’란 가장 매력적인 심리학적 인식 현상 중 하나로 수학, 기억, 미술 또는 음악적으로 특출하게 비상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진 자폐인을 의미한다.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 레이먼드의 놀라운 계산능력과 기억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코디는 한인 2세인 에릭 이(한국명 태현·32)씨와 백인 티나 이(31)씨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1997년 OC에서 태어났다. 생후 6일만에 핏덩이로선 버거운 대장 수술을 받고 3개월만에 시신경생장장애(ONH) 진단을 받았다. 출생 시 잠시 지녔던 시각에 기초해 훈련한 끝에 지금은 1인치 이상의 큰 글자나 물체, 또 확연한 색깔의 차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만 지팡이에 의존해야 하는 법적 시각장애인이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체내 호르몬을 통제하는 뇌하수체에도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소아 당뇨를 비롯한 온갖 내분비계의 불균형을 매일 수십알의 약으로 조절해야 하는 중복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젊은 부부의 첫 아이에게 닥친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좌절이었지만 이씨 부부는 “시간이 갈수록 문득 문득 놀라게 하는 어린 코디의 감성과 지력의 발달, 그리고 뛰어난 학습 능력이 심상치 않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사방팔방 전문가들을 찾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4세가 돼서야 드러난 수수께끼와 같은 코디의 상태는 다름 아닌 자폐증.
“당혹스러움과 분노, 찢어지는 아픔… 모든 게 한꺼번에 몰려들었지만 한가히 느끼고만 있을 순 없었다”는 어머니 티나씨의 설명에, “품에서 한시도 내려놓지 못할 만큼 안쓰러운 이 아기의 최대 관심거리를 찾아주자는 데에 우리 부부는 뜻을 모았다”고 아버지 에릭 씨가 덧붙였다.
코디는 기어다니기 훨씬 전부터 발로 까딱거림이나 손으로 무엇을 두드리는 소리에 신기하게도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는 것을 부모는 생각해 냈다. “도네이션 받은 피아노를 갖다주니 생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 건반을 밤낮으로 치며 노래를 부르는데 바하, 모차르트, 베토벤에서부터 빌리 조엘, 스팅, 마크 콘 등 클래식, 팝&락,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송 등 그 풍부한 레퍼터리와 솜씨가 마치 집안에 주크박스를 들여다 놓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4세 때 코디는 위스콘신의 자폐성 천재 연구전문가 대럴드 트래퍼트 박사로부터 ‘자폐성 음악신동 신드롬‘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제 8세의 코디는 피아노와 하모니카를 동시에 연주하면서 노래도 한다. 생후 6일 이후 몸 속으로 갇혀버린 갑갑함이 그의 음악 속에 깊이 배어 세상으로 퍼지는 순간이다.
지금까지 총 35회의 크고 작은 연주회를 가진 코디는 OC레지스터 커버스토리와 일본계 방송 니뽄 TV의 휴먼다큐멘터리(올 11월 방영예정) 주인공으로, 또 어린이제전(Festival of Children)의 홍보대사로 발탁되고 야마하사로부터 평생 후원을 약속 받는 등 이미 주류사회에선 유명인사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을 제일 좋아한다”는 코디는 오는 25일(토) 오후 7시30분, LA지역 세계로교회와 26일(일) 오후 6시30분, OC지역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열리는 남가주밀알선교단(단장 이영선)의 제 7회 밀알의 밤에서 공연한다. 입장권은 1인당 10달러로 행사수익금 전액 밀알장애우장학복지 기금으로 사용된다.
문의(714)522-4599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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