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2004-09-17 (금)
크게 작게
잘하는 자녀교육

짧고 길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 가보니 학생들보다 부모들이 더 흥분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개학을 맞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인 부모들처럼 극성(?)인 부모가 없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아빠들까지도 학교 첫날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모습이 아직은 좀 어설퍼 보였다. 아내가 공립학교 교사이고 내 자신도 2세 교육에 여러 방면으로 관여를 해서인지 주위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21세기 미국사회에서의 자녀교육,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일까?
요즘처럼 복잡하고 바쁜 생활 속에서는 자녀들을 위한 차분한 정서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책을 많이 사주고 가정교사를 붙여주고 좋은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외형적인 환경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과 질서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적인 정서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하루일과가 너무 바쁘고 시간이 모자라서 지치고 짜증난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은 학습태도가 산만하고 성급해진다. 집에 늦게 와서 숙제의 내용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다했냐고 다그치는 부모에게 자녀들은 무조건 다했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가르쳐야 한다. 어린 학생들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를 잘하면 어떤 이로움이 있는 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 근본적인 학습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왜 학교에 다니는지, 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지,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지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부모님의 성화나 협박(?)에 끌려 공부를 하든지, 성적표를 받는 날 좋은 장난감을 갖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교육을 잘 시키려면 부모의 희생이 필요하다. 옛날처럼 부모의 먹고 입는 것을 포기해서 책을 사주고 학원에 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부모의 시간이나 취미생활의 희생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저녁시간에 부모는 비디오를 보면서 자녀들에게는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으라는 것은 모순이다. 토요일 아침에 아빠는 골프를 치러 가면서 자녀들에게는 한국학교에 가라는 것도 자녀들이 보기에는 공평치 않다. 월요일 아침에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부모는 교회에서 하루종일 봉사하고 자녀에게 친교실 식탁에서 공부하라고 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본다. 자녀를 위해서 돈버는 것도, 취미생활도, 교회생활도 줄이고 희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본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를 하버드대학에 보낸 부모보다, 자녀에게 아버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인정을 받는 부모가 자녀교육의 성공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도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로 가면서 생각해 본다. 나는 자녀교육을 잘하고 있을까?

이 용 욱 목사
(하나크리스천센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