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교계 “골수기증자 찾아요”

2004-09-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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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계 “골수기증자 찾아요”

건강했던 시절 김병태(왼쪽에서 두번째)씨가 어머니와 부인, 딸들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백혈병 한인’ 절박한 시한부의 삶

40대 김병태씨… 지난해 급성 진단
이틀마다 수혈로 연명 ‘응급상황’
10여개 교회나서 기증 등록 캠페인

백혈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한인사회에 마지막 희망을 건 40대 한인 가장 김병태씨(41) 살리기에 남가주 한인 교계가 발벗고 나섰다.
이틀마다 받는 수혈로 생명이 유지될 만큼 응급상황에 놓인 김씨를 위해 지난주부터 10여 개의 남가주 한인교회들이 아시안골수기증협회와 손잡고 기증희망 등록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1세에 이민 와 부에나팍고교와 UC롱비치를 졸업한 김씨는 고교동창인 김위효씨와 결혼, 두 딸을 낳고 가든그로브 지역서 자그마한 봉제공장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일궈왔다.
특히 학창시절부터 각종 운동에 만능 소리 들으며 스포츠로 다져진 체격이라 몸 걱정이라곤 해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삶을 살아온 김씨는 지난 해 6월 급성백혈병이란 난데없는 진단을 받은 지 1년여 만에 100파운드에 가까운 체중이 빠져나가 이젠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싶다”는 김씨가 이 병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건강한 골수를 이식 받는 방법 뿐.
그러나, HLA의 일치란 혈육, 특히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간에도 그 확률이 25% 정도로 희박하다. 비혈연관계에서의 확률은 10만 분의 1정도의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아시안골수기증협회의 김영미 캠페인담당자는 “지난 해 시한부 삶을 살던 장보름(3)군이 한인들의 대대적 골수기증등록으로 새 생명을 되찾았듯 불특정 다수의 많은 기증희망자를 모집해 자료를 확보해 두면 환자 발생시 신속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부인 김위효씨는 “2주전 두 번째 항암치료차 병원에 갔을 땐 담당의사로부터 ‘이번엔 퇴원할 수 없을 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는 기막힌 통보도 들었지만, 다행히 잘 극복해 지금은 또 다시 우리와 함께 있는 남편이 고마울 뿐”이라며 “의사들은 항상 앞으로 2∼3개월 시한이라 말하지만 그나마 장담 못하는 상황임을 가족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며 목이 잠겼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씨의 친지들이 출석하는 10여 개 교회들을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일요일마다 돌아가며 아시안골수기증협회 관계자들을 각 교회로 초청, 골수기증희망자 등록을 접수받고 있다.
아시안골수기증협회의 최수현씨는 “기증희망 등록대상은 18∼60세의 건강한 남녀로 절차는 동의서를 작성하고 혈액형 검사하듯 손가락 끝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이 전부로 약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전했다. 10월말까지 지속될 캠페인 일정은 다음과 같으며 이후 앞으로도 참여를 희망하는 교회나 단체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교회들은 남가주빌라델비아교회, 나성한인감리교회, 싸이프레스침례교회, 밸리한인연합감리교회, 토랜스선한목자교회, 동신장로교회, LA한미교회, 세계로교회 등이다. 문의 (213) 473-1667 아시안골수기증협회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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