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젠슈트라세’(Rosenstrasse)★★★½

2004-08-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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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슈트라세’(Rosenstrasse)★★★½

독일인 아내들이 유대인 남편들을 수용한 로젠슈트라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대인 남편 구해내는 독일 아내

1943년 베를린에서 있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실제 사건을 생생한 역사적 감각과 지극한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섞어 만든 아름답도록 처절한 드라마다.
나치스 집권 하에 수많은 유대인들은 동유럽의 수용소로 보내져 대부분 처형됐으나 독일 여자와 결혼한 유대인 남편들은 여기서 제외됐었다.
그러나 전쟁이 마지막 고비에 다다를 무렵인 1943년 겨울 나치스는 마침내 이들 남자까지도 체포하기 시작했다.
체포된 남자들의 수용소가 베를린의 로젠슈트라세(장미의 거리라는 뜻)에 있었는데 남편의 체포를 알게 된 독일 아내들 수십명은 2주간 수용소 앞에서 용감하게 침묵의 시위를 벌여 마침내 남편들을 죽음에서 구해 낼 수 있었다.
여류 감독 마가레테 폰 트로타(정치영화 ‘로자 룩셈부르크’)는 60년간의 역사적 공간과 3세대에 걸친 얘기를 강렬하고 또 때로 눈물겹도록 힘차게 묘사했다.
얘기는 현재의 뉴욕으로부터 시작된다. 노령에 접어든 루스(유타 람페)는 작고한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뒤 여태껏 지키지 않았던 유대인 의식을 치른다. 이를 이상하게 보는 33세난 딸 한나(마리아 슈라더).
한나는 어머니의 이런 이상한 행동과 함께 루스가 자신의 비유대인 남자와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를 몰라 당황해 하고 궁금해한다.
그리고 한나는 어머니의 숨겨진 어두운 과거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한다. 한나는 여기서 90세난 레나를 만나고 레나는 지금까지 닫았던 말문을 열면서 루스의 과거가 밝혀진다.
레나는 체포된 남편을 찾아 로젠슈트라세의 시위에 가담했었는데 여기서 역시 체포된 어머니를 찾아 나온 소녀 루스를 만난다. 그리고 레나(카티야 리만)와 루스는 모녀간의 감정을 나누며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유대인 소녀와 독일 여인의 감정적 관계를 통해 끔찍한 현실과 함께 공포와 죽음 속에서도 희망과 삶을 포기하지 않는 용감한 인간성을 찬양하고 있다.
PG-13. Samuel Goldwyn. 로열(310-477-5581), 플레이하우스7(626-844-8500), 타운센터5(818-981-9811), 사우스코스트 빌리지3(800-FANDANGO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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