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픔보다 감사 배웠어요”

2004-08-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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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 감사 배웠어요”

15년간 남편의 손발에 의지해온 박성칠 사모와 박모세 목사.

샬롬장애인선교회 박성칠 사모

장애인·자녀잃은 부모
깊이 감춰진 아픔 위로
이해하며 섬길수 있어 감사

“남편 손발에 의지한 지난 15년은 고통과 슬픔보다 사랑과 감사를 더 많이 배운 세월이었습니다.”
1989년 8월14일 지금으로부터 꼭 15년 전, 서울서 9세 11세의 딸들을 태우고 운전도중 중앙선을 넘어온 버스와 충돌해 현장에서 두 딸을 잃은 샬롬장애인선교회 박성칠 사모는 당시 이 사실도 모른 채 정신을 잃고 병원서 1년간의 병치레 끝에 어깨 아래 전신마비란 중증장애인이 됐다.
이후 15년 동안 아침에 눈뜨면 저녁 눈 붙일 때까지 단 하루의 휴일 없이 일거수일투족 손발이 돼 줘온 남편 박모세 목사의 애로와 수고는 특히 지난 1999년 샬롬장애인선교회를 설립하고 휠체어 보내기 운동을 펼쳐오면서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박 사모의 숨은 어려움은 항상 남편의 헌신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다. 두 딸을 잃은 슬픔은 접어두고라도 아직까지 끊임없이 찾아드는 육체의 고통에 대해 그녀는 “전신마비라 움직일 수 없고 표피의 감각도 상실됐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끊임없는 내부의 통증은 하나님밖에 모르신다”고 토로한다.
또 “전신의 땀샘이 기능을 전혀 못해 요즘처럼 더운 날엔 땀을 흘리지 못하니 겨드랑이에 얼음주머니를 수시로 갈아 끼워도 안으로 차 오른 더위가 육신을 찜통에 쪄내는 듯 탈진케 한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환경 가운데 느끼는 사랑과 감사란 과연 어떤 걸까.
그녀는 올해 15주년을 맞아 26세, 24세로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됐을, 그러나 천국으로 먼저 간 두 딸에게 쓴 편지에서 “나의 모습과 비교해 자신은 부분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고백하는 반신불수 장애인, 또 그저 말없이 손잡고 눈만 마주 봐도 가슴속 깊이 감춰진 아픔을 서로 느낄 수 있는 자녀 잃은 부모들, 그들 모두가 나로 하여금 오히려 위로 받는 모습에서 엄마에게 중증 장애를 허락하심으로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며 섬길 수 있게 하신 것을 오히려 감사한다”고 고백한다. 또 “휠체어를 타기에 죄를 덜 짓고 주야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할 수 있으니 하나님 앞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지난 세월을 긴 하루 같다며 어렵고 힘든 가운데 정성껏 돌봐주는 아빠의 희생적 사랑을 너희 몫까지 독차지하기에 엄마는 정말로 행복한 여자”라고 털어놓고 있다.
한국합동정통총회가 박모세 목사에게 수여하는 2004년 공로표창 시상식에 동행하기 위해 오는 26일 사고 11년만에 악몽의 현장인 한국 땅을 처음 밟게 되는 박 사모는 오히려 “이 기회를 빌어 한국서 5∼6개 교회를 다니며 간증집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많은 분들이 제 경험을 토대로 용기와 위로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1999년 6월 박모세 목사에 의해 설립된 샬롬장애인선교회는 ‘찾아내어 섬기자’(Search and Serve)라는 모토아래 지난 5년간 가주 지역에서만 220명 이상의 장애인을 찾아내어 사랑과 용기를 되찾아 줬다.
또 대표적 추진사업인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 운동으로 지금까지 11차에 걸쳐 2,000여명의 장애인에게 휠체어 410대와 지팡이 629개 등 20만달러 상당의 의료보조기구를 한국과 중국 조선족 장애인들에게 전달해 왔다.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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