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벅스 커피와 8월

2004-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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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들의 한 주간의 공식적인 일과는 보통 화요일에 시작된다. 바쁘고 분주한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을 쉬기 때문이다. 화요일은 새벽기도를 드리고 함께 일하는 동역자 목사님들과 한 주간의 일에 대하여 의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같이하고 그 다음은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함께 하는 시간은 마무리되는데 이 때 커피는 거의 스타벅스를 마시게 된다. 대부분의 동역자들이 그곳의 커피를 마시며 한 주간을 시작하는 것을 즐겨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 입에는 아직도 스타벅스의 커피가 진하게 느껴진다. 늘 가까이에서 먹을 수 있는 세븐일레븐 커피나 동부에서 자주 마시던 던킨도너츠 커피의 순한 맛이 더 내 입에는 부담이 없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를 마실 때는 입으로 맛보는 것과는 다른 것이 있는 것을 느낀다. 문화를 마신다고 할까, 새로운 흐름이나 앞서가는 생활 문화에 동참하는 것 같은 야릇한 맛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매력 때문에 이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을 때 역시 훌륭한 기업이나 상품 뒤에는 거의 동일한 성공의 이유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하워드 슐츠는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 출신이다. 부모님들이 2대째로 노동자 가족 출신이었고 스스로는 자신의 출신을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려웠던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한 사람이 많은 노력과 인내로 이러한 성공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도 큰 매력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정신이 더 매력적이다.
스타벅스 커피의 성공은 전통과 새로운 시대의 접목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분명 스타벅스는 새로운 시대에 잘 어울리는 획기적인 상품이요 기업이지만 진정한 성공의 이유는 이러한 새로움을 전통에서부터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커피는 결코 새로운 상품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친숙하다는 것 자체가 전통적인 요소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최고 품질의 신선한 원두커피를 팔아야 한다는 원칙을 처음부터 지키고 있다는 점도 매우 전통적이다. 또한 경영자 슐츠는 역설적으로 사회에서 한번도 성공해보지 못하고 자신의 직업에서 아무런 만족을 얻지 못하고 일생을 마친 아버지의 삶 속에서 중요한 정신을 배웠다고 표현한다.
8월은 우리 한민족에게는 중요한 기억이 많이 있는 달이다.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잃었던 달이며(1910. 8.29), 그 잃었던 나라를 다시 찾은 날이며(1945. 8.15), 또한 신생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1948. 8.15)도 8월이다. 요즈음 수많은 이념갈등, 세대간 갈등을 겪는 조국을 생각하면서 전통으로부터의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없을까, 단절과 대립이 아닌 조화와 성장을 통하여 향기로운 나라에로의 변화를 이룰 수 없을까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전통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냄으로 커피라는 단순한 제품 하나로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스타벅스 커피와 함께 조국을 향한 간절한 희망을 마시며 8월의 한 화요일을 시작해 본다.


림 형 천 목사 (나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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