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진짜와 가짜

2004-08-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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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엘 다녀왔다. 아이들은 외할아버지 댁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모가 평소에 잘 들어주지 않는 웬만한 일들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부탁하면 쉽게 해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4학년인 큰 딸아이가 이번에는 할머니로부터 매니큐어와 화장품세트를 얻어냈다.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면서 아빠에게 제일 먼저 자랑하는 것이 바로 그 화장품세트였다. 핑크 빛으로 색칠한 손톱 발톱을 보면서 스스로 무척이나 대견스러워 하며 좋아했다. 평소 같으면 잔소리를 했겠지만, 여름 방학 동안에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면서 한 것이기에 눈감아 주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아이가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가기 전, 화장실에서 손톱에 칠한 것을 지우는 것을 보았다. 엄마나 아빠가 그것 때문에 잔소리를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지우는 것이 신통해서 물었다. 여기서 자라는 아이들이 잘 그러듯, 어깨만 으쓱하고는 만다. 별 필요 없으니까, 지우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는 표정이다. 호기심은 있지만, 화장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고마웠다. 그것은 분명히 엄마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었다.
아내는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기 때문인지, 손톱에 색칠을 하지 않는다. 약혼식 하던 날, 손톱에 물들인 것을 본 이후로, 아직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얼굴에도 별로 분을 바르지 않는 편이다. 아내의 주특기는 바로 자연미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아내를 칭찬할 때면, 그 자연미를 칭찬해 줄 때가 많다.
목장을 돌보는 목자들과 함께 성경공부 하면서 배운 것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캐나다의 왕립 특수경찰은 위조지폐를 방지하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가 예상하기는, 위조지폐를 구별해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위조지폐를 보고 연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경찰국에서는 경관들에게 절대로 위조지폐를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오직 진짜 지폐만을 놓고, 그것을 철저하게 연구하게 한다. 진짜를 완전히 통달하고 나면, 진짜와 다른 것을 보게 되면, 너무나 쉽게 위조지폐를 구별해 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이 많다. 아이들이 우리 부모는 내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여기게 할 정도로 금지하는 것이 많다. 수많은 위조 지폐를 보여 주면서 이것들은 모두 가짜라고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부모는 교회에 대해 불평이 많으면서, 아이는 교회를 잘 다녀야 한다고 말해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할 것은 진짜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짜를 보고 그 진짜에 대해 확신이 들면 아이들은 진짜에 대한 충실한 삶을 살 것이다. 우리가 진짜가 되어 주면, 진짜를 보고 자라난 아이들은 가짜를 구분해 내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진짜에 충실한 부모들이 된다면, 가짜에 현혹될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얼마든지 줄어들지 않을까?

김 동 현목사 (언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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