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형수술 한창인 베를린

2006-1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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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21세기적인 예술도시로 얼굴 바꿔, 파리의 4배나 되는 운하도시

모더니즘으로 재탄생

베를린에서는 공짜가 없다. 한국식당에 가면 병에 든 물이 식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공짜로 주는 줄 알고 다 마개를 따서 마셨다가는 나올 때 10달러 정도 더 무는수도 있다. 한 병 따서 먹을 만큼만 각자 알아서 컵에 부어야 한다. 맥도널드 햄버거 화장실은 미국에서 공중 화장실로 인정되어 있다. 그러나 베를린에서는 지나가던 손님은 물론 햄버거 먹은 손님이라 해도 화장실 사용하면 50센트 내야 한다. 박물관 관람 때도 돈을 내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물 한 병과 도넛 한 개를 집어들었는데 7달러50센트나 된다. 뭐가 잘못 계산된 줄 알고 다시 물어보니까 맞다고 한다. 뒷사람들 기다리는 것이 미안해 그냥 돈을 내고 나오기는 했지만 좀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은 물가가 비싸다. 그 대신 로마나 파리, 마드리드에서 마음 조려야 하는 ‘소매치기 노이로제’가 없어서 좋다. 도시도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며 관광객들에게 친절하다. 베를린은 유럽 도시 중 가장 젊고 21세기적이다. 유리건물 등 초현대식 빌딩이 많고 ‘유로파 빌딩’등 샤핑몰 곳곳에 현대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베를린은 왜 이렇게 젊을까. 2차 세계대전 막바지까지 히틀러가 이곳에서 대항해 도시의 3분의2가 폭격으로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잿더미 위에서 새로 태어난 도시니까 새 건물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도시 자체가 젊어진 것이다. 원래 베를린은 프러시아의 수도였고 프리드리히 대왕과 비스마르크 재상의 막강한 파워를 상징하는 도시였다. 특히 히틀러가 집권하기 전인 1920년대에는 예술, 정치, 경제, 학문 분야에서 최전성기를 이루었고 프러시아의 왕궁과 정부 청사 건물이 이어져 있는 ‘운터 덴 린덴’ 거리(동베를린 위치)는 유럽 예술의 중심지였다. 베를린은 지금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로 옛날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베를린 영화제도 그런 움직임중의 하나다.
베를린에 머물라치면 독일인들이 ‘합창의 민족’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어디가나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그룹을 지어 노래를 부른다. 브란덴부르크 뒤에 있는 막스-엥겔스 광장, 그 유명한 훔볼트 대학 광장, 알렉스 플라자 등 여기저기서 합창이 울려 퍼진다. 심지어 호텔 바에서도 밤에 지방에서 올라온 독일 단체관광객들이 바하와 슈베르트, 와그너 곡들을 합창하는데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하는 법인데 어떻게 나치정권의 광기가 가능했을까. 이해가 안 된다.
베를린은 동서 베를린이 통합된 다음 시카고처럼 운하도시(사진)로 얼굴이 바뀌었다. 동베를린의 스프레강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또 시의 넓이도 파리의 4배나 되는 대도시로 변모했다. 그러나 동베를린의 실업률은 아직도 심각해 19%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자연히 최대 마이너리티인 터키인들에 대한 차별감정으로 번지고 있다. 베를린의 채소 가게는 터키인들이 꽉 잡고 있다. 날로 늘어가는 이슬람교도들의 인구와 문화충돌이 베를린에서도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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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일부 베를린 장벽에는 과거를 풍자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브레즈네프(소련)와 울부리히트(동독)의 키스. 한인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과거 장벽에 가려져 있던 때와 장벽이 없어진 후 요즘의 브란덴브르크 개선문. 수학여행 온 외국인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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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가도 합창단, 저기를 가도 합창단이다. 동베를린의 맑스엘겔스 광장에서 노래부르는 남성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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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아 시절 왕궁건물이 줄이어 있던 동베를린의 ‘운터 덴 린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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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함을 후손에게 알리기 위해 폭격당한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카이저 빌헤름 교회. 서베를린의 중심가 쿠담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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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를린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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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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