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롤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Harold & Kumar Go to White Castle) ★★★★

2004-07-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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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Harold & Kumar Go to White Castle) ★★★★

해롤드(오른쪽)와 쿠마가 한밤의 오디세이 끝에 마침내 화이트 캐슬에 도착했다.

아시아계 두청년의 코믹 성장영화

한국계 배우 존 조와 인도계 칼 펜 등 두 아시아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만든 한 밤의 광란청춘 코미디로 활기 차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우습다. 성기와 섹스와 욕설, 마리화나와 여대생 방귀 등 지저분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영화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인종문제와 전형적인 아시안 아메리칸의 특성과 함께 미국사회의 여러 단선적인 사고와 행동방식 등을 사납게 풍자하는 수단들이다. 멍청한 것 같지만 진짜는 진지하고 똑똑한 영화로 현실과 꿈과 만화 등을 사용해 두 젊은이의 금요일 밤의 과속 오디세이를 그렸다. (관계자 인터뷰 12면)
감독과 각본가 등이 모두 백인이라는 사실이 이채롭다. 내용상으로도 ‘색맹영화’인데 두 청년이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찾아가는 버거집 화이트 캐슬은 캐멜롯이요 이어 그들이 거기서 포식하는 버거는 성배의 포도주라고 하겠다. 둘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을 재발견하고 서로의 우정을 재확인하면서 부쩍 성장한다.
뉴저지에 사는 해롤드 리(존 조)는 투자회사의 말단사원으로 소심해 한 아파트에 사는 아름다운 마리아(폴라 가세스)를 사랑하나 속만 앓는다. 해롤드의 룸메이트인 쿠마 파텔(칼 펜)은 해롤드와 정반대 스타일. 마리화나 팬으로 의사인 아버지와 형의 의대 진학 강요를 이리저리 회피한다. 리빙룸 소파에 앉아 저녁으로 뭘 먹어야 하나 하고 고민하는 둘 앞의 TV 화면에 나타나는 버거집 화이트 캐슬 광고. 둘은 이때부터 집을 나서 밤새도록 뉴저지를 헤매며 이 버거집을 찾아간다. 대니 라이너 감독은 둘의 여로에 온갖 장애물을 설치해 놓는데 해롤드와 쿠마가 장애물 경기를 하면서 벌이는 실수와 모험과 해프닝이 초현실적으로 다채롭다.
해롤드와 쿠마는 도시의 후진 흑인 동네와 프린스턴 대의 너드들로 구성된 아시안 아메리칸 학생회의(이 장면이 매우 우습다)와 유치장과 교외의 숲을 헤매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흉하게 생긴 토우트럭 운전사와 그의 섹시한 아내 등 온갖 기이한 사람들과 만난다. 사람들뿐 아니라 라쿤과 치타와도 만난다.
둘은 초지일관으로 화이트 캐슬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진군하는데 그 험한 여로의 굽이길이 한둘이 아닌 데다가 경사가 몹시 심해 탈선한 기차를 탄 기분이다. 시종일관 깔깔대며 웃게 되는 영화로 존과 칼의 콤비가 완벽하게 서로를 돕고 있다. R. New Li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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