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주 휴가차 LA온 이라크 파병군목 조진호 중위

2004-07-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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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휴가차 LA온 이라크 파병군목 조진호 중위

휴가 차 LA에 온 이라크전 파병군목 조진호 중위가 전쟁터의 참상을 설명하고 있다.

“병사들 영적무장 시키랴 고아들 돌보랴 쉴틈없어”


부모잃은 어린소녀들 성 노리개로 끌려가
위생·건강 엉망 여성용품 모아 전달계획

“가장 괴로운 것은 화씨 15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도, 귓가를 떠나지 않는 전쟁터 굉음도 아닙니다. 바로 고아 소녀들의 겁에 질린 눈망울입니다.”
2주 휴가를 받아 지난 주말 LA를 찾은 이라크 파병군목 조진호 중위(41·미육군 제 1군단 39보병여단 3대대 소속)는 “평시에도 여자들에게 지옥과 같은 이라크에서 전쟁은 유일한 방패막인 부모마저 빼앗아가, 소녀들은 낯선 남자들의 손에 노리개로 끌려갈까 밤낮으로 공포에 떨며 헐벗고 굶주려 있다”고 전쟁터의 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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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와 소녀

한 이라크 소녀가 바그다드 알-도라 섹션에서 순찰중인 미 2군단 병사를 바라보고 있다.


조 목사에 따르면 고아들 가운데서도 남자아이들은 자녀로 입양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다처제 사회인만큼 보호자가 없는 여성은 어린 소녀라도 뭇 남성의 성 상대자로 선택되는 일이 허다하다.
“심지어 아버지가 돈 받고 딸을 파는 그 곳 소녀들은 장터에 팔리러 나온 강아지와 같은 처지”라고 설명한 조 목사는 그 자신이 8세, 6세, 그리고 참전 후 태어나 이제 막 5개월 된 막내, 이렇게 딸만 셋을 둔 아버지여서인지 전쟁터 소녀들의 눈망울이 더 애틋하고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기도와 성경공부, 예배를 통한 병사들의 영적 무장과 각종 상담, 적군 종교에 대한 상식교육에 이르기까지 군목의 할 일은 쌓여 있지만 “길가에서 고아 소녀들을 발견하는 대로 안전한 고아원으로 인계하고, 늘어나는 홈리스 가운데 특히 여성들에게 옷가지나 세면도구 등을 지원하는 일을 통해 신앙적으로 성장하는 병사들도 늘고 있다”는 간증도 조 목사는 전한다.
그는 중령인 대대장의 개인 카운슬러역도 맡고 있는데 “결정을 내리고 작전지시를 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인 무공이나 영예에 대한 욕심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뜻 가운데 행할 수 있도록 기도와 조언하는 일이야말로 전쟁터에서 가장 중요한 군목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갈수록 담대해지는 한편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구제에 솔선수범하는 병사들이나, 희생과 사랑으로 참된 크리스천 리더십을 보여주는 대대장의 모습을 볼 때 하나님의 세밀한 도우심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조 목사의 주된 생활터전은 바그다드 시내 중심의 빈 경찰서 건물. 거기서 20마일 가량 북쪽에 위치한 원래 소속부대는 군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지만 무법천지인 시내의 민간인 치안을 위해 3대대 병사 전원이 자진해서 한 복판에 임시기지를 만든 것이다.
“부대 안에선 모든 병사들에게 일인당 매일 30분씩 무료전화도 제공하고 음식도 제법 잘 나오며 비교적 안전한데, 그 모든 것을 20마일 눈앞에 두고 우리는 매 끼니 C레이션을 까먹으며 잠자리는 물론 모든 보안도 부대시설과 기동력에는 비교할 수 없이 허술한 데서 사서 고생하고 있는 거죠,”
조 목사는 일주일 남은 휴가기간 동안 옷가지며 신발, 속옷, 세면도구, 생리대 등 어린 소녀에서 성인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각종 여성용품에 대한 기부를 당부할 계획이다.
“쓰던 것도 좋습니다. 턱없이 모자라 위생도, 건강도 엉망이거든요,”
“아직도 집에서 문이라도 ‘쾅’ 닫히면 폭발음으로 착각해 반사적으로 몸을 숨긴다”는 조 목사는 위험 가운데 생활하면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도의 큰 능력을 경험한다”며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 모두 가족의 품으로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LA한인들의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조 목사는 오는 8일 바그다드로 돌아가 내년 3월까지 복무할 예정으로 이라크전 여성피해자 구제품은 조 목사가 소속돼 있는 미주한인성결교단총회로 전달하면 된다. 문의 (213)427-0691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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