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대리 이론

2004-07-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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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분야에서 조직에서의 인간의 행태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리 이론(Agency Theory)은 인간의 이기성에 기초를 두고 인간의 행태를 설명하고 있다. 즉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에서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전에 자신의 이익을 먼저 추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기업의 경영자(대리인) 들은 자신들은 주주(주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상은 경영자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고, 그 다음에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한다. 그러므로, 기업에서는 경영자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게끔 회계 감사등의 여러 제도를 장치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를 정치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이나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국민들이 국가의 주인이고,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서 선출된 대리인이다. 부시 대통령의 예를 보더라도, 자기는 미국민의 복리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국민의 복리보다 자신의 이익 즉 대통령 재선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대리인으로서의 대통령이 주인인 국민의 복지에 우선적으로 일하게끔 만들기 위해 선거라는 제도와 시민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무엇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저 일을 하면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의 이기성에 바탕을 둔 대리 이론이 그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대리 이론은 희생과 봉사를 근간으로 하는 종교 조직에서 일어나는 여러 행태를 설명할 수 없어야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리 이론은 종교 조직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간 행태를 잘 설명하여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기복 신앙과 순종 문제에 대리 이론을 적용하여 보자. 교회에서의 대리인과 주인은 누구인가? 교회의 신앙적 주인은 하나님이고 물리적 주인은 교인이며 목회자는 대리인이 될 것이다.
헌금하는 일과 순종하는 일은 신앙인이 지켜야 할 도리이다. 그러나 헌금과 순종의 의미를 왜곡하여 대리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때 사이비 종교가 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대리 이론이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에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자신의 이익보다 인류의 이익 즉 구원을 먼저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의 많은 종교 조직과 교회에서 일어나는 행태가 대리 이론으로 설명되어질 수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고 교회가 그만큼 세속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글픈 사실이다.

허 성 규 교수 <칼스테이트 샌버나디노 회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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