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서 왕’ (King Arthur)★★★(5개 만점)

2004-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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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 (King Arthur)★★★(5개 만점)

색슨족의 공격에 대비하는 랜슬롯, 기니비어 그리고 아서(왼쪽).

또다른 시각으로 그린 영국 전설적 명군

종전 로맨스 위주 탈피 어둡고 사나운 시대극으로

영국을 통일했다는 전설적 명군 아서의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로버트 테일러가 나온 ‘원탁의 기사’(1953)와 존 부어맨이 감독한 핏빛 진한 ‘엑스캘리버’(1981)가 그 대표작이다. 이들 외에도 그 동안 나온 아서왕 영화는 모두 로맨틱한 색채가 강했다.
이상향을 상징케 된 캐멜롯과 원탁의 기사들 그리고 아서와 그의 아내 기니비어와 아서의 오른 팔 랜슬롯의 삼각관계 등은 로맨틱한 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여졌었다. 그런데 오늘 개봉되는 이 영화는 로맨틱하고는 거리가 먼 사실적(?)인 얘기로 아서왕의 얘기를 만들고 쓴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재해석한 사나운 작품이다.
매우 어둡고 을씨년스러운데 외양은 대하액션 모험 시대극으로서(로맨스도 약간 가미됐다) 멀쩡한데 내적 동력이나 재미가 모자라고 이야기도 약하다. 영화 속 날씨도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서 음산하고 추운 데다가 배우들도 너무 심각한 표정들을 해 감기몸살날 것 같다.
AD 5세기 로마 쇠락기. 영국에 파견된 로마 장군 루시어스 아토리어스 카스터스(클라이브 오웬)와 랜슬롯(이오안 그루퍼드)을 비롯한 동유럽 사마시아 지역 출신의 원탁의 기사(은빛 갑옷의 기사가 아니고 흙투성이의 지저분한 거친 전사들)들은 마침내 영국 주둔 임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갈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색슨족의 위협을 받고 있는 로마 귀족 마리우스 일가를 사지에서 빼내 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카스터스 일행은 목적지에 도착, 마리우스에 의해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아름답고 용감한 원주민 여전사 기니비어(키라 나이틀리)를 구출한다(후에 아서와 기니비어 및 랜슬롯의 삼각감정이 약간 내비친다). 그리고 이들은 마리우스의 아내와 아들 및 영국인들을 호송해 남으로 행군하면서 엄청난 숫자의 색슨족의 공격을 받는다.
카스터스 일행을 돕는 것이 무당 멀린이 이끄는 원주민들과 활과 검을 잘 쓰는 기니비어(얼굴과 몸에 전투 페인트를 칠하고 혹한에 한껏 피부노출을 한 채 잘도 싸운다). 전쟁서 승리한 카스터스가 통일 영국의 아서왕이 된다.
영화가 지친 행군대열처럼 터벅터벅 서술되는데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벌어지는 카스터스 일행대 색슨족간의 전투는 볼만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의 성격 묘사가 부실한 액션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은 블럭버스터형 액션영화를 만드는 제리 브룩하이머와 ‘훈련일’(Training Day)을 연출한 안트완 후콰. 시대만 달랐지 현대판 액션영화나 마찬가지다. PG-13. Touc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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