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넉넉한 그늘이 되어

2004-07-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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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목회할 때, 교회 마당 한가운데에는 몽키팟이란 큰 나무가 있었다. 하와이에서는 제법 흔한 나무인데 마치 우산 같이 생겨서 그 아래 그늘이 넓은 것이 특징이었다. 나무 밑에는 벤치가 있었고 예배를 마치면 교인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하와이의 그 부드러운 바람을 만끽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젊은 청년들도,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도, 아기 엄마들도, 어린아이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나무의 그늘은 언제나 넉넉한 쉼을 주었다. 그 그늘 아래서 바라보는 푸른 하늘과, 언제나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흰 구름과, 그 사이에 걸쳐있는 팜트리를 바라보며, 살갗을 간질이는 바람을 맛보는 것은 하와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축복이었다.
언제부턴가 기도할 때마다, 마음속에 교회 마당에 있던 그 몽키팟이란 나무가 그려진다. 그 넓은 그늘 아래에서는 이 모양 저 모양의 많은 사람들이 쉼을 누리고 거기서 사랑의 이야기를 나누고, 푸근한 바람과 함께 땀을 씻으면서 푸른 하늘의 꿈을 맛보는 그런 그림이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림을 기도 가운데 그리면서 간절한 소원을 품어 본다. 나의 기도가 그 그늘과 품이 넓은 나무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나의 기도와 축복이 언제나 푸른 나무가 되어 넓은 그늘을 드리우면서 거기서 수많은 영혼들이 쉼을 얻고 그 기도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감사와 사랑의 이야기를 나눌 만한 넉넉한 나무이기를 소원한다.
성경에는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을 향해 갈 때 르비딤 광야에서 아말렉 족속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모세는 젊은 여호수아로 군대를 만들어 나아가 전투를 벌이게 하고 자신은 아론과 훌을 데리고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기도를 했다. 신기한 것은 모세가 두 팔을 올려 기도하고 있는 동안에는 여호수아와 그의 군대가 이기고 두 팔을 내리면 지는 것이었다. 결국 아론과 훌은 모세의 팔을 돌로 괴고 함께 붙들어 팔이 내려오지 않게 함으로 큰 승리를 거두 게 된다. 2세 지도자 여호수아는 1세 지도자 모세의 기도가 없이는 승리할 수 없었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은 여호수아였지만 그 전쟁의 승패는 실은 모세에게 달려있었다.
나는 가끔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갈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미래학자가 되어보곤 한다.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가늠이 되질 않는다. 다만 한가지 우리가 자랄 때 보다 우리가 헤쳐 가는 이 세상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세상이 될 거라는 어두운 마음의 그림자가 덮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나는 매일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 아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의 기도를 해 준다. 새벽마다 무릎을 꿇을 때면 나의 딸과 아들을 포함하여 우리의 자녀들과 2세들을 위해 기도한다. 1세가 기도의 팔을 들지 않으면 우리의 2세들은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모세의 심정이 되어 기도하게 된다. 나의 기도가 몽키팟 나무처럼 그들의 미래의 삶에 넉넉한 그늘이 되어주고 싶다. 2세들의 축복된 삶은 1세의 기도에 달려있기에.

김동현 목사 (언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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