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4-06-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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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가진자의 천국인가

중미의 엘살바도르에 단기선교를 갔을 때였다. 도착 다음날 저녁, 그곳 아이들에게 성경과 노래를 가르치는 원주민교사를 돕고있던 큰딸이 뒤칸에서 희희낙낙 떠들며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던 우리에게 다가와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온종일 식사 한번 변변히 못한 채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함께 있어주지는 못할 망정 우리끼리만 갈비를 구워먹을 생각이 나느냐는 것이었다.
5일 동안의 선교기간이 끝나는 날, 현지에 파송된 선교사는 일류 중국음식점으로 우리 일행을 초대한 자리에서 원로에 고생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나는 그 치하를 들으며 명색이 선교여행이지 별 하는 일없이 관광과 대접받는 일로 소일한 내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지난 주 한인타운의 모 고급식당에 갔다가 전에 출석하던 교회의 교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구역예배를 가진 후 막 끝내고 나오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교인들의 회합은 어느 교회, 어느 구역에서도 흔히 보게되는 광경이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 모임, 장로회 임원회, 조찬기도회와 같은 교회 관련 각종 집회는 으레 이름 있는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교회는 좀 커졌다 싶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교회당을 구입하거나 신축하고 멋있는 실내장식과 최고급 장비를 설치하려고 한다. 자연히 막대한 헌금을 필요로 하는데 대다수의 교인들은 부담을 느껴 마음에 상처를 입게되며 일부는 아예 교회를 그만 두기까지 한다.
주일 대예배시 요직에 있는 여자교인 일수록 고가의 명품으로 치장한 사람이 많고 주차장은 고급차량들의 전시장으로 변한다.
감사절, 성탄절 등 명절에는 큰 돈 들여 교회 안팍을 호화롭게 꾸미고 먹거리와 선물이 넘쳐나서 온 교회가 잔치집 마냥 흥청거린다. 수양회는 안락한 장소를 물색하느라 적어도 수십불 정도는 지불해야 참가할 수 있다. 부흥회 같은 무슨 행사라도 있을 때면 대기업의 선전이 무색할 만큼 일간지에 대형광고를 내보낸다.
예수님이 주요 활동무대였던 갈릴리에서 관심을 갖고 보살핀 사람들을 보면 대개 가난하고 불쌍한 소외계층과 피지배 하층민이었다.
오늘날 교회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예수님의 행적을 보면 자명해진다. 그럼에도 많은 교회가 형제와 이웃을 외면한 채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로 바뀌었으며 그것도 재력이 있거나 지위와 신분이 높은 소위 실력자들이 행세하는 부르주아적 세상이 되었다. 내 교회가 예수님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지 아니면 세속적인 방법을 추구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조 만 연 <주사랑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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