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임금님의 가죽신

2004-06-25 (금)
크게 작게
옛날 어느 임금님이 노루 사냥을 나갔다. 노루 한 마리를 잡으려다 그만 엉겅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과 손이 다 까져서 피가 흐르게 됐다. 화가 난 임금님은 신하들을 불러 호통을 쳤다. “여봐라! 이 모든 야산에다 가죽을 덮거라. 내가 노루 사냥을 할 때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말이다”
이 명령을 들은 신하들은 아무 말도 못한 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어느 신하가 임금님께 이렇게 제안을 했다. “전하, 황공하오나 이 모든 야산에다 가죽을 입히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듭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가죽신을 신으시는 것이 어떠하실는지요” 듣고 있던 임금님은 좋은 생각이라고 인정이 되었던지 “그럼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다.
한 신하가 조심스레 임금님이 신을 가죽신을 정성껏 만들어 임금님의 발에 신겨 드렸다. 여우사냥을 나간 임금님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와서는 “이제 어디든 가도 가시에 찔리지도 않을 터이니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어 좋구나”하며 만족해하시더란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보면 대부분 책임을 서로가 다른 사람에게 돌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도 그렇다. 남편은 아내 때문에, 아내는 남편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들이 성적이 나빠도 부부싸움을 할 때 보면 아내들은 말하기를 “지 애비 닮아서 그렇지” 남편은 질 새라 학교 다닐 때 성적까지 들먹이며 주장한다. 그러다 모자라면 조상까지 등장시켜 가며 서로 지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는 돌에 부딪혀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어서 돌을 원망한다. 청소년이 있는 가정의 문제들도 그렇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엄마가 문제야” “우리 아빠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어”라고 아우성이다.
어린아이들이 모인 유치원에 가 보아도 그렇다. 이거 누가 그랬느냐고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서로 다른 친구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쟤가 그랬대요”라고 한다. 그런 다음엔 반드시 재잘거리며 자기들끼리 서로 싸운다.
이렇듯 사람들이라면 잘못된 것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는 버릇이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인류의 조상인 아담도 하와도 모두 그렇지 않았나 선악과를 따먹어 놓고도 잘했다고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아내인 하와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어요. 다시 말해서 내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내 책임이 아니라 하나님 책임이란 말입니다”
얼마나 맹랑한 대답인가. 하와를 곁에 주셨을 땐 좋아서 히죽히죽 웃던 아담이 이렇게 발뺌질을 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하와는 또 어떻게 대답했나 보자. “뱀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어요. 그러니 내 책임이 아닙니다” 이런 하와를 볼 때 하나님은 얼마나 황당해 하셨을까. 안 그래도 피곤한 이민생활에 서로의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먼저 미안해하며 살수는 없을까. 야산에 있는 엉겅퀴를 탓하기전에 먼저 내가 가죽신을 신어 보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황 순 원 (CMF 사모선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