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속에서 데뷰하여 어둠속에서 숨진 거장 렘브란트

2004-06-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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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생애 전체가 빛과 어두움

최고 걸작이 최고 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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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대표적인 명화 ‘야경’(1642년)_빛과 어두움의 대조가 뚜렷하다. 암스텔담의 야경순찰원들이 자신들의 상관을 기다리며 잡담하고 있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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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데뷰작품 ‘툴프교수의 해부학 강의(1632년). 수련의사 한사람 한사람의 표정을 성격화하여 그린 것이 특징이며 이때부터 암스텔담 상류사회의 귀족들이 그에게 초상화를 부탁해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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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가 살던 암스텔담의 저택. 지금은 미술관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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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생가의 침실. 당시는 침실과 서재가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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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미술관 입구에 걸린 사인판에도 그의 젊은 시절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이 미술관은 암스텔담 중심가 브리스트라트 거리에 있다.


렘브란트(1606~1669)는 17세기 유럽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이며 네덜란드에서 밴 고흐와 함께 국보로 꼽히는 미술가다. 밴 고흐가 주로 파리에서 예술활동을 한데 비해 렘브란트는 평생을 홀랜드(지금의 네덜란드)에서 보낸 암스테르담 화가이며 이 때문에 네덜란드 국민들이 그에게 가지는 애착과 긍지도 거의 애국심 수준에 가까울 정도다.
그의 그림의 특징은 빛과 어둠의 조화다. 어느 그림을 봐도 렘브란트의 작품에는 빛이 있다. 빛이 있기 때문에 어둠이 돋보이고, 어두움이 있기 때문에 빛이 살아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사실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심리적인 표현이 강하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툴프 교수의 해부학 강의’라는 작품 때문이었는데 여기에 등장한 의사 수련생들의 표정이 매우 개성적이다. 툴프는 당시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였으며 그가 이 그림을 의사협회 사무실에 걸어놓은 후부터 렘브란트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져 초상화를 주문하는 귀족들이 줄을 이었다.
렘브란트는 수입이 넉넉해지자 고화, 조각, 골동품, 무기 수집 등에 열을 올렸으며 귀족사회에서나 어울리는 소비생활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명문가문의 딸인 사스키아와 결혼했고 이때 사들인 저택이 나중에 그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게 되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항상 수입이 좋을 것으로 착각해 다운페이는 적게 하고 매달 붓는 페이먼트를 무리하게 안았다가 후일 수입이 없어지자 집을 차압당하고 거리로 쫓겨나는 고통을 겪게 된다.
렘브란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야경’(night watch)이다. 이 그림은 암스테르담의 대표적인 검객들인 캡틴 배닝 코크그룹을 그린 것인데 렘브란트는 일반 화가들과는 달리 초상화 스타일로 그리지 않고 등장 인물 한사람 한사람에 표정을 부여해 그림 전체가 생동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야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아이가 옆구리에 닭을 꿰차고 있고, 개가 짖으며 쫓아가고, 드럼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검객들도 제각기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다. 이 그림은 벽 하나를 차지할 정도의 대형화로 등장 인물들이 모두 실재 인물들이었다.
파격적인 것은 항상 그 시대에서는 배척 당하는 법이다. ‘야경’에 등장한 검객들이 자신들이 어둡게 그려졌다고 렘브란트를 비난하자 이때부터 그의 그림이 귀족사회에서 팔리지 않았다. 그 해 부인 사스키아까지 죽어 렘브란트의 생활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놀고 먹는 거지가 부러워 거지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비결을 물어보았다. 거지 왈 “다리에서 입궐하는 귀족들이 마차에서 동전을 던져주는데 그것을 줍기만 하면 밥 먹고사는 것은 걱정 없다”고 했다. 그러나 렘브란트가 해보니 동전을 주우려는 거지들이 서로 밀치고 박치기하며 돈을 줍는데 그 경쟁은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었다. “거지 노릇도 보기보다는 훨씬 어렵군”하며 그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렘브란트는 말년에 젊은 하녀인 헨드리카를 아내로 맞아들여 인생 재출발을 시도했으나 이 여자도 아이를 낳은 후 곧 죽었다.
그는 삶의 희망을 잃었다. 그의 일생에서 빛이 들어온 것은 5년 간뿐이었고 나머지는 다 어둠이었다. 렘브란트는 자화상(사진)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67점)로 유명한데 그의 얼굴 표정에는 즐거웠던 시절과 어려웠던 시절, 슬픔과 고통. 외로움 등 모든 것이 담겨져 있어 자화상 자체가 명화로 꼽힌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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