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피 빈에서 생긴 일

2004-06-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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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조금 흐리다 싶으면 스타벅스 커피의 진하게 태운 듯한 맛과 향이 그리워지곤 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도 스타벅스 커피샵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아는 한 사람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서글픈(?) 소식을 전해주었다. 부자가 되는 법을 소개하는 책에는 결코 돈을 모을 수 없는 10가지 사람의 유형을 아울러 소개하고 있는데,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그 가운데 속해 있다고 한다.
그 말에 의하면 나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인 셈이다. 몇몇 친구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부자가 안 돼도 좋으니 비가 올 것 같은 운치 있는 날에 카페 라테 한 잔을 손에 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낭만을 절대 포기할 수는 없지’라고 깔깔대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며칠전 이른 아침에 부자가 되기를 포기하는 빈 마음으로 커피 빈이라는 커피샵에 들른 적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각 테이블마다 커피 한 잔에 머핀이 놓여져 있고 신문을 읽으며 아침을 시작하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테이블이 있었다. 가운데 앉아 있는 네 명의 한인들이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상대방의 말을 마음으로 귀기울여 듣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대화가 오고가는 속에 서로를 향한 따뜻한 미소와 사랑이 그들의 얼굴에 역력했기 때문이다. 너무도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한참을 기웃거리며 쳐다봤었다. 아마 크리스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그 중 한 분이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 부부 중 한 사람이 기도를 마치자 다른 부부 중 한 사람이 기도를 하며 서로를 축복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코끝이 찡하기까지 했다.
한 5년 전쯤으로 기억이 거슬러 올라갔다. 하와이 코나섬에 있는 열방대학에서 목회자 부부를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열방대학에서 지내면서 참 인상깊었던 것은 학생들이 지나가다가 친구를 만나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어깨를 붙들어주면서 혹은 손을 잡으면서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삶 속에는 기도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배어있었다. 모든 일을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하면서 일하고, 모든 일을 기도로 마치는 그러한 환경과 모습이 참 부러웠었다.
우리의 대화 가운데 상대방을 세워주고 격려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말과 기도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과 아픔도 넉넉히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 가운데 고린도후서 6장10절이 있다.
그 말씀처럼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기도하기 때문에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 지 영 (LA 지구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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