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크엔드 핫 스팟 래프 팩토리 (The Laugh Factory)

2004-06-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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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길테니 웃으슈 안 웃으면 손해

79년 개설
유명 코미디언 산실

한인 마가렛 조도
무대에 올라

6세난 어린이는 하루에 300번을 웃는다. 사춘기 때 우리들은 굴러가는 낙엽만 보고도 까르르 까르르 웃어재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웃음을 잃어버린 우리들. 성인이 하루 평균 웃는 횟수는 17번 정도라고 하는데 글쎄 과연 당신은 얼마나 자주 웃는지.
웃음에는 병을 극복할 힘 외에 33가지 효과가 있다. 심한 통증이 따르는 희귀한 불치병에 걸린 미국 작가 커전스는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을 계속 보면서 큰 소리로 웃는 치료법을 통해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억지로라도 기운차게 온몸으로 웃으면 몸속의 650개 근육 가운데 231개가 움직이며 신비한 치유가 시작된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공장 어디 없을까. 선셋 가의 ‘래프 팩토리(The Laugh Factory)’는 스탠드업 코미디 클럽, 주말 저녁 지나가다 보면 길게 늘어선 줄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다. 1979년 제이미 마사다에 의해 문을 연 래프 팩토리는 이제 할리웃의 전설적인 공간이 되어 버렸다. 현재 스크린과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는 빅 네임들은 모두 이곳을 거쳐 갔다. 짐 케리, 로빈 윌리엄스, 제이 레노, 데이빗 레터맨, 팀 알렌, 아담 샌들러 등 미국 코미디 계의 기라성 같은 코미디언들이 발굴된 것이 모두 래프 팩토리의 무대.
주중의 래프 팩토리는 라티노 나이트, 아프리칸 아메리칸 나이트 등 테마별로 꾸며져 신인들을 발굴해낸다. 주말에는 이미 검증을 마친, 꽤 웃기는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선다. 지난 주말 저녁 미국인들 일색인 래프 팩토리의 객석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별로 사는 게 신나지도 않은 데다 동행한 사람도 없었던 터라 “어디 너희들이 얼마나 웃기나 보자”는 식으로 이를 꽉 물고 무대를 쏘아봤다.
첫 번째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은 주류 사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캐니 존슨.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장 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가족 흉내다. 한인 코미디언 마가렛 조도 어머니의 코리안 악센트를 재현해내면 관객들의 허리가 꺾어지지 않던가. 그 역시 남부 출신의 흑인 할머니처럼 숨이 넘어갈 듯 수다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비평을 작정하고 앉아 있는 이를 웃기기에는 역부족. 어느덧 그는 말의 주제가 뭔지 모를 정도로 산만하게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아니, 지금 뭐하는 거야. 하며 삐딱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관객들에게 아니, 아직 내가 신발 새로 산 걸 못 알아보셨단 말예요? 하며 능청을 떤다. 웃음보는 하도 기가 막혀도 터지는 법이다.
20분 정도 계속된 그의 무대 뒤에는 베테랑 코미디언 리처드 지니가 올라섰다. 섹스 역시 스탠드 업 코미디의 단골 메뉴다. “레이커스가 게임에 졌다고 실망할 것 없습니다. 당신 자신이 승리의 산물인 걸요. 그 많은 정자 가운데 한 마리가 골인해서 만들어진 것이 당신이예요.” 고집스럽게 꼭 다물었던 입술이 어느새 귀밑으로 올라가며 뱃가죽도 들썩거렸다. 아! 웃고 나니 시원하다.
요즘 의사들은 하루에 한 번씩 배꼽이 빠질 듯 크게 웃는 것이 모든 병에 가장 좋은 처방이라고 얘기한다. 매사에 불평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활 자세로 자신의 삶에도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고, 주변사람의 마음까지 밝게 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래프 팩토리는 금요일과 토요일 주말 입장료가 15달러, 좌석에 앉아서는 한 사람 당 2잔의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주말에는 오후 8시, 10시, 자정 세 차례 공연이 있다. 8001 Sunset Blvd. West Hollywood, CA 90046. 발레 파킹 6달러50. 주말에는 280석이 거의 매진되니 미리 예약을 해두는 편이 좋다.
예약 전화 (323) 656-1336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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