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관광의 필수조건은 요령

2004-06-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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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겉돌기 마련인 유럽여행 _ 알아야 즐길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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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중심지 상마르코 광장. 그중에서도 플로란 카페가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다. 이곳에서 연주하는 팝송과 칸소네는 너무나 로맨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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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콜러시엄. 입장료 10달러가 아까워 밖에서만 사진찍는데 안에 들어가서 기념촬영하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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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뮨헨에서는 시내 관광을 포기 하더라도 맥주 관광은 꼭 해야 한다. 뮨헨하면 맥주고, 맥주하면 옥토버 페스티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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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높은 사람은 몽블랑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말고 중간 정거자에서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상에서는 고소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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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거리에서 행운의 잎을 파는 집시. 잘못사면 돈이 적다고 오히려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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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텔담 사창가. 이곳에서는 사진촬영을 조심해야 한다. 걸리면 카메라 빼앗기고 망신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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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맥도널도 햄버거 화장실에서돈을 받고 있는 청소 아줌마. 독일에서는 항상 잔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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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 조심’ 포스터가 암스텔담 거리에도 나붙어 있다. 여권을 잃으면 문제가 복잡해 진다.

소매치기와 여권분실

유럽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공부다. 역사를 알고 여행하는 사람과 아무 것도 모른 채 백지상태에서 여행하는 사람의 차이는 좀 과장하면 눈뜬 사람과 장님의 차이다. 한 사람은 눈으로만 보고 한 사람은 마음으로 보니 여행의 질적 차이가 보통이 아니다. 그 나라의 역사를 알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유럽여행에서 역사공부가 필수적인 이유는 유럽문화가 미국문화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어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의 미국이 보인다. 예를 들면 미국의 이민정책은 로마의 이민정책과 너무나 닮은 데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을 여행할 때 우리는 어렴풋이 나마 그 나라의 역사를 안다. ‘삼국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은 탓도 있지만 그들의 역사가 한국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문화는 생소해 장님 코끼리 만지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식이 되기 쉽다. 결국 경치나 신기한 것만을 찾는 눈요기 관광이 되어버리고 만다. 적어도 로마관광을 하려면 시이저스를 이해해야 하고 파리를 제대로 보려면 나폴레옹을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알아야 한다.
한편 유럽여행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매치기와 날치기다. 사실 유럽관광에서 이 소매치기만큼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없다. 당국은 왜 소매치기를 가만 놔둘까. “두목 몇 녀석만 붙잡아다가 혼쭐내면 관광분위기가 싹 달라질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그 느슨한 것이 바로 유럽식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는 비결은 빈손으로 다니는 것이다. 꿀이 없으면 파리가 모여들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이드들이 관광객들의 여권을 보관하는 것이 관습이었으나 가이드가 손님들의 여권을 날치기 당한 사건이 있은 후부터는 각자가 여권을 지니고 다닌다.
가장 피해야 할 상황은 여권분실이다. 일행과 헤어져야 하고 금전적 손실도 적지 않은데다 현지 대사관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보통이 아니다. 무엇보다 여행 기분을 잡치게 된다. 여권은 출입국 때만 필요해 트렁크 같은 깊숙한 곳에 감추어 놓으면 안전할 텐데 사람의 마음이란 이상해서 여권을 꼭 몸에 지니고 다녀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여권과 돈을 같은 지갑에 가지고 다니는데 문제가 있다. 불편하더라도 여권과 돈은 분리시켜 소지해야 한다. 돈보다 여권이 몇 십배 중요하다. 요즘은 유로화가 너무 올라 유럽에서는 샤핑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돈 잃어버릴까봐 트래블러스 체크로 바꾸어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수료 공제가 엄청나 캐시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 무난하다.
유럽여행은 대부분 단체관광이다. 따라서 주마간산 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상 기대하는 것이 무리다. 여러 나라를 거치려면 차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지루하다. 단체관광은 새벽 6시부터 시작해 저녁 8시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며 몸 약한 사람은 일주일이 지나면 지친다. 피곤하면 그만큼 관광지의 신비성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나이든 노인들이 동서유럽을 15~18일 여행하는 것은 좀 고려해 볼 일이다. 제일 이상적인 단체관광은 아는 사람끼리 그룹을 만들어 마음대로 스케줄을 조절하는 것이다.
단체관광의 결정적인 취약점은 시내 야경을 구경할 수 없는 점이다. 싼 호텔은 교외에 위치해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밤거리를 구경 못하기 때문에 반쪽짜리 관광만 하고 오는 셈이다. 한 나라를 집중적으로 일주일 동안 보는 것이 가장 세련된 관광이라고 생각한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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