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생명에 눈뜨고 산다는 것은?

2004-05-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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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살면서 경험하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동물을 좋아하는 전통입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92년) 적지 않은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천사의 도시라는 Los Angeles 안에,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홈리스들이 있는가 하면 마켓마다 즐비한 애완용 동물들을 위한 풍성한 먹거리와 용품들이라는 이중성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애완용 동물 한 마리 때문에 911 구급대가 달려들어 응급처치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월이라는 씨줄과 미국에 대한 경험이라는 날줄 속에서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미국사람들이 생명에 대해 눈을 떴기 때문에 동물도 사랑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동물의 생명도 귀한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반면 생명에 대해 눈을 뜨지 못했을 때 아무리 성경을 근간으로 세워진 기독교 국가라 할지라도 인디언을 학살하고 흑인을 차별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는 부활절을 보냈습니다. 부활이라는 사건을 통하여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는 선물은 생명입니다. 그렇다면 부활을 신앙으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생명에 눈뜨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상대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에 비로소 눈을 뜰 때에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명에 눈뜨지 못하면 상대를 함부로 대하거나 아끼는 않는 것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지난 날 떠나온 우리의 조국은 부끄럽게도 인종차별보다 더 심한 인간차별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그 악순환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음을 봅니다. 코리안 아메리칸들로 이곳에 보냄 받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적어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살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어떻습니까? 인종차별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이전에 다양한 인종들이 더불어 사는 이곳에서 생명에 눈뜨고 살아가고 있다면 과연 타인종을 향한 우리들의 자세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맥작, 깜뚱이, 얘, 쟤...이런 말들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부활신앙이란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수없이 나의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타인종들을 차별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상대방도 하나님 앞에서 나와 똑 같이 생명을 갖고 있다는 것, 저 사람이 갖고 있는 생명의 값어치도 나와 똑같다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아름다움이 시작됩니다. 생명을 눈을 뜨고 살아가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LA 기윤실 소식지 편집위원)(213)387-1207. www.cemkla.org

김 병 호 목사 (횃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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