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사라져버린 주택 거래 시즌’

2004-04-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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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연중 가장 주택거래가 많이 성사되는 시즌이다.
한국은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 이전 봄이라면 이곳 미국은 9월 신학기를 앞두고 길고 긴 여름방학기간이 본격적인 이사철이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두달 반 가량의 긴 여름방학 기간동안 이사를 하기위해 셀러들은 통상 3월부터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다.
한달 가량의 마케팅 기간을 잡은 후 45일에서 60일정도의 에스크로 기간을 거치면 대략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바이어들이 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시즌에 집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세컨 홈을 세 놓은 셀러들이 리스 기간이 끝나감에 따라 이 집을 다시 렌트 하지 않고 처분하려는 까닭이다. 미국의 학교 시스팀에 따라 보통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이 주택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렌트도 가장 많은 시즌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택 거래 시즌이 최근 1, 2년 사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지난 겨울 주택가격의 거품이 빠질 것을 기대하며 숨고르기를 하는 것도 잠시, 올해 들어 턱도 없이 부족한 매물로 인해 초강세 셀러마켓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택 시즌이라는 것이 아예 실종되어 버린 느낌이다.
리스팅 가격보다 더 써 넣어도 몇번 탈락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바이어들은 우리 에이전트들을 만나면 “4월, 5월되면 집들이 많이 나오겠지요?”라는 힘 없는 질문을 던진다. 셀러 입장에서는 집을 팔고 더 큰 집으로 이사하거나 새 집을 분양받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여간해서는 집을 내놓는 시점을 계속 미룬다. 한달 아니 하루가 다르게 집 값이 올라가니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여름방학 시즌을 맞추려니 집 값은 더 오를 것 같고 더구나 이자율까지 상승 추세에 있어 하루빨리 집 장만을 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
4월들어 주택이 조금 더 나오기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바이어들이 대기하고 있으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오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운페이먼트 금액을 올리거나 훨씬 웃돈을 주어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주택시장은 달리 시즌을 따질 필요가 없다. 부동산 원론 교재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미국 부동산은 ‘준비되고, 살려는 의지가 있고, 능력있는(ready, willing and able) 바이어들이 써 놓는 액수가 바로 가격’이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원론적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열심히 일을 해 다운페이를 몇년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첫 주택구입자들에게 요즘 주택시장은 악몽인 것에 틀림없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집 값이 오르려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것이 셀러, 바이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 에이전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하워드 한 <콜드 웰 뱅커베스트 부동산>(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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