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T 도서축제 “책·음악·공연… 문화야 놀자”

2004-04-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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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 도서축제 “책·음악·공연… 문화야 놀자”

이번 주말 UCLA에서는 15만명 이상이 찾는 전국 최대규모의 도서축제가 LA타임스 주최로 벌어진다. 25일 오전 11시에는 한인작가 이창래씨도 만나 볼수 있다.

24~26일 UCLA 캠퍼스는 ‘책의 바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줄이어… 이창래 작가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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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축제에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가들이 다수 참석해 독자들을 만나고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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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축제의 7개 무대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음악 공연, 커뮤니티 문화행사, 요리 강습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이어진다.


로마인 이야기를 썼던 시요노 나나미는 ‘남자들에게’라는 책에서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변명이 책을 읽을 수 없는 이유 가운데 가장 옹색한 것이라 얘기한다. 시간이 없으면서 사랑은 어떻게 나누느냐는 그녀의 반문은 통쾌한 한 방이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경구는 머리띠 둘러메고 입시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매일의 삶에서 실천에야 할 경구로 여겨진다. 더 이상 학교라는 교육 기관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은 우리들이 나날이 변화하는 세상에 대해 재학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독서이기 때문이다.
LA를 폄하하는 표현 중에 이마를 딱 치게 만들었던 구절이 있다. “신문 구독률은 가장 낮으면서 수입 차 소유율은 가장 높은 곳이 LA”라는 것. 바깥으로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소비 지향적 문화를 단적으로 꼬집었던 표현이었다.
하지만 LA가 그렇게 경박한 곳 만은 아니다. 미국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서 축제(Los Angeles Times Festival of Books)가 벌어지는 곳은 뉴욕도 워싱턴 DC도 아닌 바로 LA이기 때문이다.
LA 타임스의 주최로 이번 주말 UCLA에서 벌어질 24번째 도서 축제는 지난 해에만 무려 15만 명이 운집한 초대형 이벤트. 웨스트우드의 드넓은 UCLA 캠퍼스는 400개의 벤더와 출판사, 작가들의 부스로 들어찬 도서 장터로 다시 태어난다.
도서 축제에서는 평소 좋아하던 작가와 직접 만나 문학과 집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패널 토론이 95차례나 마련된다. 패널 토론에는 최근 가장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들 (셔먼 알렉시, 클리브 바커 등)이 대거 참가한다.

작가들은 육성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낭송하기도 하고 작품을 쓰게 된 과정도 설명해가며 독자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갖는다. 토론을 마친 작가들은 독자들을 위한 사인회를 가질 예정이다.
7개의 무대에서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흥미진진한 시범들이 펼쳐진다. 요리책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요리책 저자들이 나와 쿠킹 클래스를 펼치며 스토리 텔링, 인형극 공연 등 어린이들을 위한 무대도 여러 곳에 마련된다.
이 외에도 책 리뷰, 작문 워크샵, 시 낭송회가 열릴 예정이며 음식 부스도 다양하게 들어서고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끊이지 않는다.
책은 귀중한 배움의 자료이자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쇄술이 최고도로 발달한 정보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책 한 권에 대한 고마움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르네상스 이전 시대에 있어 책은 사람들이 일일이 베꼈던 필사본들이었다. 가보로 여겨지던 이런 책들을 몇 번이고 읽으며 온전한 지식으로 만들었던 역사 속의 지식인들, 그리고 끊임없이 인쇄 기술을 발전시켜온 발명가들이 없었던들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이 지식과 문화의 풍요를 누릴 수 있었을까. 도서 축제를 맞아 책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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