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절과 영화 그리고 나

2004-04-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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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절기 중 하나인 사순절과 부활절이 이제 막 지났다. 이 기간동안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비단 나 자신만은 아닌 것 같다. 멜 깁슨의 영화 예수님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의 영향 때문이다. 4월12일자 타임지의 표지 제목도 ‘왜 예수님은 죽어야 했나?’였으며 그 내용에서도 올해의 부활절이 다른 해와 다른 이유는 멜 깁슨의 영화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영화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누가 예수님을 죽였느냐?”하는 것이 중요한 물음이 되었다. 타임지는 왜 예수님이 죽어야 했는지의 답을 추구하면서 예수님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대신 죽으셨다는 대속설과 모든 인간의 모범으로서 죽으셨다는 모범설 사이의 갈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결국 십자가에는 한 가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으로 그 결론을 맺고 있다.
“누가 예수님을 죽였느냐?”라는 물음이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과의 관계성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경우 멜 깁슨의 영화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이 영화가 반유대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는 점 때문이다. 예수님을 죽인 것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가정에 의한 것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루어진 ABC의 프라임타임 라이브에서 멜 깁슨은 사회자 다이앤 소여로부터 중요한 질문을 받았다. “누가 예수님을 죽였느냐?”(Who killed Jesus?) 이 질문에는 많은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멜 깁슨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우리 모두가 죽였다(We all did)”
“우리 모두가 죽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답이다. 즉 우리들 모두가 예수님을 죽게 한 가해자라는 뜻이며 우리들 모두가 죄인이다라는 고백이다. 종종 신앙인들 가운데도 내가 가해자라는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최소한 나는 가해자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 자신의 죄악을 돌아보는 일 보다는 예수님이나 기독교신앙에 대한 가해자를 찾는 일에 분주하다. 남을 정죄하는 일에 온통 정열을 쏟는다. 그것이 예수님에 대한 충성처럼 말이다. 이러한 잘못된 충성심이 예수님을 가장 많이 아프게 했는데도 말이다.
멜 깁슨의 말은 옳다. 바로 우리들 모두가 죄인이요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으며 동시에 우리들은 용서가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그는 영화에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을 때에 자기의 손으로 못을 박았다고 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신앙의 고백이다.
최근 이슬람 국가들이 이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을 죽인 자들이 유대인들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예수님에 대한 가해자를 찾는 또 한 부류의 모습이랄까.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의 죄악들을 먼저 돌아보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른 신앙이다. 왜냐하면 나는 예수님의 죽음에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림 형 천 목사 (나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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