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예쁜 말 감사의 말

2004-03-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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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생일 아침 며느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남편을 낳아 주셔서 정말 감사 드려요.”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자녀들의 생일을 축하해 줄 때마다 공치사 아닌 공치사를 하곤 했다. 특히 자녀들이 어릴 때 생일선물을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너를 낳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그러니 너희들이 먼저 이 엄마에게 감사를 드려야 하는 거란다” 하고 가르쳐 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인사를 받아 보지 못했다. 그러고 있던 참에 며느리의 인사말은 나의 마음을 얼마나 흐뭇하게 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아들이 뒤에서 시켰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리는 만무다. 평소에도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사는 시어머니에게 이번에는 이런 예쁜 말로 다시 한번 내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게 해 주었다.
옛날 어른들의 말 중에는 자기가 받을 사랑 자기가 갖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예쁜 말을 골라서 하는 며느리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언제나 며느리의 말에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다. 며느리는 세 딸 중에 맏이로 태어나 남달리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아들과의 연애시절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결혼 전부터 정신적 독립을 훈련하기 위해 무척이나 많은 눈물을 흘렸다. 결혼식을 올린 후 시어머니인 나에게 절을 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잘 할게요.”
예쁘게 화장한 신부의 얼굴은 어느새 눈물로 얼룩졌다. 측은한 생각에 얼룩진 눈물을 닦아주며 며느리된 신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살면서 남편 때문에 어려운 일이 생기거든 나에게 말해라.”
사는 동안 내 며느리라고 남편에게 불평의 마음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런 마음은 모두 걸러내고 예쁜 말 감사의 말만 골라서 하곤 한다.
몇 년 전 한창 떠들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에도 말의 위대한 힘을 실험을 통해 설명하였다. 같은 물을 가지고 한쪽에는 사랑과 감사의 말을 하고 한쪽 물에는 망할 놈이라는 말을 한 후 각각 물의 결정체를 사진 찍어 보니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사의 말을 들은 물의 결정체는 아주 선명한 육각수였고 후자의 물의 결정체는 꺼멓고 일그러진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70%가 물로 되어졌는데 이런 물이 체내에 들어가면 분명 그의 몸은 행복해 할 것이다. 행복의 정수기에 걸러낸 물을 마시기 위해 나도 이번 남편의 생일에는 모국에 계시는 시어머님께 감사의 전화를 올려야겠다. “어머니 이런 좋은 남편을 낳아 주셔서 감사해요. 기르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요”라고.


황 순 원 (예향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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