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실수를 이용할 줄 아는 교회

2004-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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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마하트마 간디가 기차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신발 한 짝을 기차 밖으로 놓쳐 버렸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재빨리 다른 쪽 신발도 집어 던졌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한 쪽 신발을 놓쳤는데 어떻게 다른 쪽 신발을 아깝지 않게 버립니까?’ 간디는 그에게 ‘실수로 한쪽 신발을 놓쳤지만 이미 그 신발은 다시 찾을 수 없지 않소, 그러니 한 쪽 신발을 발견한 사람을 위하여 다른 신발을 던졌소’ 한쪽 신발을 놓쳐버린 간디가 만일 잊어버린 신발을 아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면 어느 한 짝도 쓸모없는 신발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포틀랜드 지역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이곳 한인 교회 목회자들이 이웃 교회를 격려하며 열심히 사역하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최근 이 지역에 한국의 모 대형교회가 인원과 많은 재정을 동원하여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이라기보다 이웃 교회의 교인들이 빠져나가는 실정이었다. 이런 일 때문에 지역 교회들이 불편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대형교회들의 수치스러운 횡포가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게 어디 쉽게 해결되겠는가! 백년의 이민 역사와 함께 성장한 한인 교회가 아직도 물질의 시녀노릇을 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까지 교회가 더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팽팽한 경쟁으로 줄달음 쳐야 할까! 이민 백년의 장성한 교회들이 이젠 좀더 순발력을 동반한 깊이 있는 생각과 실천이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보이는 대로, 나타난 대로 질타해 왔더라도 이제는 함께 일할 수 있는 그늘이 필요하다. 대형교회들은 자신들의 비전만이 우수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고 작은 교회들은 괜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않는 믿음의 특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솔직하게 고백하자. 이제까지 모든 교회들은 큰 교회가 되기 위해 전도와 선교를 해오지 않았는가! 이제는 큰 교회가 되기 위해 흥미 중심으로 행사를 계획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될 예수님의 명령을 성실하게 실천하는 동기로 돌아가자.
예수님은 다수를 배척하며 몰아내는데 열(?)을 올리지 않으셨다. 오히려 양질의 제자를 키우는데 모든 열심을 쏟으셨다. 오히려 다수의 원망과 권력의 위협을 교훈삼아 소수의 제자들을 만드는 기회를 삼으셨다.
미주의 모든 한인 교회들이 이제는 다수를 향해서 서로가 헐뜯는 모습이 아니라 교회에게 본래 주어진 한 사람이라도 바르게 키우는 모습으로 다시 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힘이 교회마다 뿌리 내릴 때 한 쪽 신발을 놓친 것에 안타까워하지 않고 다른 한쪽도 재빨리 내던질 수 있는 순발력이 형성되리라.

손 경 호 목사<포틀랜드 임마누엘 장로교회>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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