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의 마음 “기도할 줄 모른다고요?”

2004-03-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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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치료소에서 나온 한 젊은이를 만났다. 하루에 착한 일 한가지는 할 수 있고 AA미팅은 매일 참석하겠지만 할 줄 모르는 기도가 문제라고 한다. 나는 여러 날 고민을 하다가 교회를 꺼려하는 그에게 이 글을 쓴다.
‘사랑하는 젊은이, 기도 할 줄 모른다고 말하는 젊은이는 지금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찾고 있으니까요.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하느님은 늘 옆에 계시니까요. 집중하기 위해서 교회를 찾고 또 침대 옆에 무릎을 끊고 기도하지만 기도는 아무 때나 어디서나 무슨 자세로나 어떠한 말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창살로 들어오는 햇살에 잠이 깨어 오늘 할 일들을 그려보는 마음, 샤워를 하면서 흥얼대는 멜로디에 저절로 흥겨워지는 자신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기도입니까? 갑자기 떠오른 얼굴, 별안간 보고 싶은 형제들과 그에 이어지는 추억들 이것은 사랑의 기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이렇게 마음의 움직임을 자신이 느끼면 그것이 하느님을 믿기 시작하는 첫 단계랍니다.
어릴 때에 찍은 사진들을 보세요. 정구채를 들고 있는 자신, 옆에 서 계신 부모님이 자랑스럽지요? 긴장된 모습으로 운동가방을 들고 나가면서 시합을 걱정하는 동생에게 우승을 빌어주던 마음, 바쁜 하루를 불평 없이 보내려는 노력, 동료와 심한 다툼을 하고는 결국 자신이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마음도 기도라고 하고 싶어요.
하느님에게 “저를 불쌍히 여겨주세요.”라고 한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면 얼마나 진지한 기도이겠어요. 힘든 일을 당하면서 “이것을 이겨내야지, 열심히 해 내야지. 이것을 이기도록 도와주세요.”라는 대화가 마음속에서 일어날 때, 그래서 방향이 잡히고 어려움으로부터 헤어나게 되는 것이 참된 기도인 동시에 응답이 아닐까요? 이런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과 가까워지고 나 자신을 믿게 되고 다른 사람들과 사이가 좋아지는 것이 놀라워요. 계속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고, 남에게 사랑으로 도움을 주세요. 이런 연습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보게 되고, 혼란스러움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잡힐 것이라 믿어요.
기도는 숨과 같다고 했으니 숨쉬는 법을 익히면서 기도를 해보지요. 먼저, 바닥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왼손은 배에, 오른손은 가슴에 얹고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손의 움직임을 의식하세요. 숨을 들이마시면 아랫배가 채워지면서 왼손이 올라가는 것을 느낄 거예요. 숨을 내쉴 때 왼손은 내려가지만 오른손은 그대로지요. 언제나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보내세요. 이것을 되풀이한 다음 배에서 가슴까지 채워지도록 계속해서 숨을 들이마시면 배가 내려가면서 왼손은 조금씩 내려가고 오른손은 올라갑니다. 끝으로, 입으로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소리(예를 들면, “나”)를 내면 왼손은 먼저 내려가고 오른손이 뒤따라 내려갑니다. 내쉬는 숨과 함께 편안해 질 거예요. 젊은이가 절실히 알고 싶어하는 기도나 젊은이에게 설명해보려는 나의 노력 모두가 하느님에게 드리는 우리의 참된 기도라고 나는 믿어요.’

김 준 자
(그레이스제일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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