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천일 새벽기도 하늘도 감동”

2004-03-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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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일 새벽기도 하늘도 감동”

3천일 기도정진이라고 쓰여진 원불교 LA교당 강의실에서 조갑제씨(가운데)가 김혜봉 (왼쪽)·유성욱 교무와 일주일을 남겨놓고 개근으로 일관해 온 기념으로 포즈를 취했다.

지각 한 번없이 오전 5시 기도 참석 원불교도 조갑제씨

사업체 이전등 어려운 고비
마음 다스리며 넘겨
기도제목 놀랍게 현실화
’아침형 인간’건강도 좋아져

‘작심삼일’이란 말이 가리키듯 뭔가 작정하고 한결같이 지켜 나가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 그렇기에 8년 3개월간 매일 새벽 5시, 단 한번의 지각없는 개근으로 새벽기도에 참석해 온 원불교도 조갑제((62·법호·명 성산 성경)씨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당연지사다.
지난 1996년 1월1일 삼천일 기도를 시작한 조씨는 2,990일째 되던 지난 8일 LA교당 3층 강의실서 만나 “애초부터 3,000일로 작정하는 것이었으면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처음 교무님으로부터 삼천일 기도 계획에 대해 듣고 일단 100일만 해보자 맘먹었죠. 차차 늘이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겸손한 설명이다.
‘거의 안 빠지고’와 ‘한번도 안 빠지고’는 확연히 다른 것. 조씨는 웨스트LA에서 하버시티로 집을 이사한 후에도 단 한번의 지각조차 없었다는 것이 함께 새벽을 깨워 온 김혜봉, 유성욱 출가 교무들의 증언이다.
“특히 조 교도님이 비즈니스 업종을 바꾸신 후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워져 언제 가다 설 지 모르는 고물 차를 몰고 다니는 통에 여간 불안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오히려 정시보다 일찍 와서 우리를 깨우곤 하셨지요” 김 교무의 칭찬이다.
“그 뿐인가요. 매일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 친지들과의 교제도 많이 제한됐을 거고 더욱이 부인과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입장에서 여행은커녕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많이 줄었을테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유 교무가 칭찬을 거든다.
“사실 처음엔 패스트푸드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밤 11시에 가게문을 닫고 새벽 3시40분에 일어나야 했으니 몸과 마음이 괴로웠지요. 제일 어려운 고비는 1년이 지나고 약 400일 될 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를 넘기고 나니 저절로 눈이 떠지고 별로 힘들지 않더라고요”,
1,000일째 되던 날엔 기도시간 내내 알 수 없는 감격의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기도 했다며 조 씨가 말을 받았다.
원불교의 새벽기도는 여느 종교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도제목을 정하고 정신이 맑은 새벽시간 깨끗한 마음과 지성으로 기도를 올리는 것. 조 씨는 이번 3,000일 기도 제목을 “첫째 미주서부교구청의 교당 이전, 둘째 세계 평화를 위해, 셋째 개인의 수행과 적공(積功)을 위해”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 했던가. 꿈만 같았던 교당 이전이 기도 시작 1,800일 만인 2002년 9월 현실화됐다.
“열악했던 후버의 교당에서 지역과 건물, 주변환경 등 모든 여건이 맘에 착 와 닿는 지금의 교당으로 이전하게 된 것도 연인원 수많은 교도들의 정성어린 새벽기도와 특히 부동산업으로 업종을 바꾸면서 발품 팔아 도와주신 조 교도님의 힘이 컸지요”라고 김 교무가 설명했다. 지난 8년간 자연스레 ‘새벽형 인간’이 된 조씨는 요즘도 기도가 끝난 6시면 체육관과 산으로 등산과 수영 등 신체 단련에 힘쓰고 있단다. “내주 18일이면 정확히 3,000일이 되는데 이젠 날짜 개념이 허물어졌으니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되겠지요”
한편 원불교 미주서부 교구청은 정확히 3,000일째 날이 평일인 관계로 사흘뒤인 21일 일요법회시간에 보산 고문국 원불교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법사로 초청하고 원불교 LA, 밸리, OC, 샌디에고 교당이 참석한 가운데 ‘3,003일기도회향특별법회’로 봉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은 오전 10시, 장소는 원불교 미주서부교구청(401 Shatto Pl.) 문의 (213)381-1261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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