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달리기를 마치고 - 특별기고

2004-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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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려야 할 길

모두의 축제를 위하여 더 큰뜻을 위하여
나 자신이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사랑의 달리기”라는 이름 하에 제19회 LA 마라톤에 참가하였다. 이번 참가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사랑은 역시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마라톤 코스는 다양한 인종들의 거주지를 거치도록 짜여짐으로 인종들의 화합이나 협력을 통한 축제로 기획된 것을 뛰면서 볼 수가 있었다. 거리마다 밴드를 동원하여 격려하는 사람들, 물과 얼음을 나누어주며 돕는 사람들, ‘너는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주는 사람들 모두가 이 마라톤이 모든 인종을 초월한 축제되게 만들어주는 귀중한 존재들이었다.
마라톤 코스의 제일 마지막 부분이 우리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올림픽가이다. 제일 어렵고 힘든 코스에서 격려해 주는 한인들의 모습은 타인종들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작다. 거의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역시 사랑은 어려운 것이다.
한인사회에서 들려진 많은 소리들은 마라톤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 교회 가기가 불편하다, 그러므로 날짜를 옮기자 하는 이야기들이 주종을 이루는 듯하다. 불편한 것이 어디 우리 한인들 만이며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어디 우리들 만이겠는가? 타인종들도 마찬가지이다.
날짜를 바꾸면 이러한 어려움이 없어지는 것일까?
잠깐의 손해나 불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고 축하하고 격려하는 타인종들은 왜 그럴까? 우리들이 보아야 할 것은 모두의 축제를 위하여, 더 큰 뜻을 위하여는 나 자신이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29의 아픔을 겪었던 우리들로서는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랑은 어렵다. 그러나 보람이 있고 미래의 희망을 주는 것이다.
또 한가지 깊이 느낀 것은 ‘사랑은 어렵다. 그러나 함께 하면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라톤을 뛰어본 적도 없고 꾸준히 달리기를 한 적도 없는 나로서는 정말 어려운 도전이었다.
물론 이러한 도전의 이유는 극기 훈련도 아니고 체력보강도 아니라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일이었다.
비록 6시간35분이라는 좋지 못한 기록이지만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뛰어주시는 분들, 함께 격려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이 일을 위하여 돕고자 하는 사랑의 대상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끝까지 뛰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만두어야 할 이유들은 너무나 많았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들 주변에는 여러 가지 고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과 바로 우리들이 감당해야 할 선행을 대신해 주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좋은 일을 하고 계신 그들의 대부분이 뚜렷한 도움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남을 돕기 위한 행사에 참여하였다 하여 이것이 주일에 했으므로 불경한 것이 아니냐를 논쟁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주님께서 정말 기뻐하실까? 의미 없는 논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고난 당하는 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더 펼칠 수 있을까를 함께 의논하는 기회가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교계에서 일어났던 논쟁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 다툼으로 만든다면 고난 당하는 자들을 사랑하고 치유하시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사랑과 거룩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일일 것이다. 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함께 한다면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안식일에도 병자를 고치고 고난 당한 자들을 사랑하신 주님의 마음이 아닐까한다. 이 길을 우리 모두 함께 달려갑시다.

림 형 천 목사 (나성영락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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