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동곤의 사진 여행 (2) 캐나다편: 밴프 및 요호 국립공원

2004-03-0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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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 머물고 있던 베이커 크릭을 떠나 30 여분 거리에 있는 루이스 호수에 도착했다. 관광객이 한 명도 없는 조용한 새벽이어서 사진촬영 하기에는 최적이었다.해발 3,464 미터의 만년설로 뒤덮인 빅토리아 마운틴이 뒤쪽에 우뚝 솟아 있고 산아래 호수 쪽에는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샤토 레이크 루이스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빅토리아 마운틴과 어우러진 루이스 호수의 풍경은 세계 10대 절경 중 하나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전세계 몇 군데 안되는 자연 유산 보호 지역이기도 하다.

처음 이 호수를 발견했을 당시 에메럴드 호수로 불렸으나 후에 빅토리아 여왕의 딸 루이스 왕비를 기리기 위해 현재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호수 주변에는 캐나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트레일이 많아 여러 호수로 연결되는 삼림 하이킹 코스를 즐길 수 있으며 보트 놀이도 할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일찍 사진촬영 작업을 끝내고 루이스 호수 정션에서 10여 마일 떨어진 모레인 호수를 찾아갔다.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루이스 호수 못지 않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주변 풍경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맑디맑은 초록색 에메럴드 호수 빛깔을 보고 있노라면 근심 걱정이 일순 사라진다. 식당 창가에서 바라본 10여 개의 회백색 퇴적암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파란 하늘과 절묘한 조화를 연출하는데 아침식사를 하는 내가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아침이 즐거워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며칠을 이곳에서 보낸 후 나는 이곳 모레인 호수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요호 국립공원을 향해 떠났다. 앨버타주 경계를 넘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로 들어가면서 필드라는 마을을 지나자 오그덴(Ogden) 마운틴과 와프타(Wapta) 마운틴 사이에 요호강이 흐른다.

여기서부터 요호 계곡이 시작되는데 이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댈리(Daly) 빙하 마운틴에서 빙하가 녹아 흘러내려 380 미터의 낙차를 자랑
하는 캐나다에서 제일 높은 타카카우(인디언말로 멋있다는 뜻) 폭포가 굉음을 내며 고요한 요호 공원을 뒤흔든다.

정상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멈칫하는 듯 한 단계 낙차를 한 후 다시 공중으로 치솟아 떨어지는 광경이 장관이다. 나는 좀 더 가까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까지 촬영하고 싶어 숲속 트레일을 빠져나가 접근해 보니 생각보다 물보라가 심해 렌즈를 들이댈 수가 없었다.

물에 젖은 렌즈를 아무리 닦고 닦아도 계속 젖어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보니 2시간이 지났다. 저녁때가 되고 해가 기울기 시작, 포기하고 되돌아 갈려고 하는 순간 바람도 멎고 운좋게도 무지개가 서는 게 아닌가!

특히 요호 국립공원에는 풍광이 아름다운 호수가 많다. 내가 방문한 곳 중에서도 에메랄드라는 이름을 가진 호수는 코니칼, 카나본, 프레지던트, 바이스 프레지던트와 같은 해발 3,000 미터가 넘는 거대한 산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빙퇴석이 유입돼 연한 에메랄드 빛깔을 보여주는데 로키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손꼽힌다.

<이동곤: 국제 프리랜스 사진작가협회 정회원, 다니엘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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