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돕기 우리가 먼저 변해야”

2004-03-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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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온 두레본부 상임위원장 김호열 목사


통일에대한 우리민족의 이중성이
북한선교 시행착오 불러

북한사역 체험 녹아있는
두번째 저서‘하나되게 하소서’출간



김호열 목사는 수년전 이곳에서 미주두레본부장으로 일할 때 좋은 관계를 맺었던 취재원이다. 자신을 늘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던 김목사는 예리한 관찰력과 진지한 설득력, 폭넓은 대인관계, 바닥에서부터 역동적으로 일을 추진시켜 나가는 저력이 빛나는 특별한 지도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주본부장으로 5년간 일하면서 이곳 두레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놓은 그는 2000년 두레국제본부장이 되어 LA를 떠났으며 현재는 한국서 두레 중앙본부의 상임집행위원장, 즉 김진홍 목사의 오른팔로서 두레의 모든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달 그가 ‘하나되게 하소서’(두레시대 출간)란 책을 냈다고 한 권 보내왔다. ‘북한을 섬기는 성경말씀과 기도’란 부제를 달고 있어 특별히 흥미를 끄는 책은 아니었지만, 98년에 나온 그의 첫 저서 ‘우리는 낯선 땅을 밟는다’(홍성사 간)를 놀라운 발견으로 읽었던 까닭에, 또한 개인적으로 그의 인격과 영성의 조화, 역사와 사회를 향한 열린 시각, 뜨거운 지성과 차가운 이성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기에, 오랜만에 LA에 들른 그를 만나 책과 북한사역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북한돕기가 시들해진 지금 책을 낸 이유가 있는가
▲그동안 한국 교계의 북한돕기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가져왔다. 이 책은 내가 96년부터 두레의 북한사역에 간여하여 일하면서 느낀 것, 북한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겪은 점들을 바탕으로 엮어낸 성경공부 교재이다.
처음에는 두레 회원들의 교육용 교재로 만들어 가르쳤는데 반응이 좋아 한국교회의 통일교육자료 차원에서 출판하게 되었다. 기독잡지 ‘복음과 상황’에 연재되었고 요즘 한국의 교회 구역들이나 직장 신우회에서 성경교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북한돕기가 많은 시행착오를 빚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북한돕기는 단순히 어려운 사람 돕기 이외의 다른 의미가 있다.
쉬운 예로 홈리스 돕기와 비교해보면, 홈리스는 직접 그들에게 돈을 주거나 구제기관을 돕는 일로 그칠 수 있다. 그들을 집에 데려다 함께 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돕기는 돕기만 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같이 살아야 되는 문제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동포들과 살아야 되는데 남남으로 돕는 것은 좋지만 같이 살면서 실질적 피해는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이중성이며 현주소다.
·그러면 어떻게 제대로 도울 수 있나
▲나는 북한돕기에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북한돕기는 ‘북한사람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저들이 변하는 것보다 우리가 변해야한다. 야곱이 에서를 만나러 가던 날 두려운 상봉을 앞두고 씨름하다가 야곱이 이스라엘로 변화됐을 때 놀라운 화해가 이루어졌듯이 내가 먼저 변하는 것이 신앙인의 기본자세이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사역을 중단하거나 반대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서 실패하기 때문으로, 북한사람들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북한돕기의 동기는 나의 신앙고백의 표현이어야 한다.
그동안 북한돕기는 인도주의나 민족애의 표현, 종교인으로서 자기의의 실현, 혹은 교회성장 프로그램의 일환이거나 몇몇 개인의 소영웅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이 모든 동기에는 한계가 있다. 순수한 동기, 그리스도 복음에 입각한 신앙고백의 표현으로 북한주민을 대해야 좋은 열매를 맺고 하나님도 기뻐하신다. 셋째, 과거에는 남북 분단이 우리 민족의 고난이요, 십자가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고난이 아니라 은혜요, 축복임을 아는 것이다.
북한주민들은 개인적으로 상대하면 도무지 합리적으로 대화가 안된다. 말이 안되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둘 변수와 핑계거리가 많다. 계속하려면 그들에 대한 사랑과 이해심이 깊어져야 하는데, 그러자면 개인적으로 성숙해져야 하고, 한국교회와 우리 민족이 성숙해져야하니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주신 은혜요 축복인 것이다. 이 세 원칙을 잘 전하려는 것이 책을 쓰게된 동기가 되었다.
·어떻게 준비시켜 주나
▲어설픈 섬김은 상처로 남게 되므로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이 책은 성경적인 원칙과 방법이 절실하다고 생각해 만든 성경 교재이므로 영적이고 논리적인 흐름이 있다. 먼저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북한을 도와주면서 미워한다. 석달동안 이러한 마음과 고정관념을 바꾸는 준비, 비전갖기를 한다.
그 다음은 하나님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이끌고, 왜 우리가 북한을 섬겨야 하는가 소명의 확인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거리감 좁히기를 한다. 북한의 어휘들, 그들의 말의 예를 들고 왜 그런 말을 쓰는지 설명하면 훨씬 마음이 가까워진다. 마지막으로 기도로써, 혹은 실제적으로 도움으로써 나와 교회가 축복 받는 결과를 누리도록 하고 있다.
부수적으로는 개인의 신앙이 깊어지고 교회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극복하여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돈을 모아 북한에 주는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대기업과 재벌, 정부. 혹은 세계의 구호단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함께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안 돼있고 생각과 가치관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은 정치, 경제적인 것을 떠나 신앙인, 목사로서 그러한 준비를 시켜주는 교재이다.

·두레에서는 어떻게 북한을 돕고 있나
▲처음에는 북한에 두레마을을 지으려다 실패했고, 3년전부터 미주두레가 나선시에 유치원을 짓고 운영중이다. 현재 초중고 종합학교를 짓고 있으며 10월게 완공된다. 또 금년에 묘목을 많이 가져가 나무심기운동을 벌이려 준비중이다. 미주두레가 나선시를 돕고 있고 한국의 두레에서 평양과 그 외의 지역을 돕고 있다. 올해는 강원도 쪽으로 북한에 들어가 농장 짓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 북한의 실정은
▲몇 년전보다 남한에 대해 호의적으로 변한 것을 피부로 느낀다. DJ 방북, 남북간 스포츠 교류, 현대의 적극적인 대북지원 등의 덕택인 것 같다. 관리들도 유연해졌고 외부세계와 새로움에 대한 강한 갈망과 욕구가 있지만 두려움도 공존하는 것 같다. 반면 미국에 대한 반감은 증가했다.

·경제적으로는 어떤가. 아직도 사람들이 굶는가
▲큰 흐름으로 보면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서민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96~97년의 위기 때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한국의 두레공동체 운동은 지금 어떤 단계에 와있나
▲남양만 두레마을은 이 일대가 개발되면서 두레공동체 마을이 존속하기에는 적당치 않아 두레마을을 지리산으로 옮기는 중에 있다. 금년 5월까지 지리산 야산 13만평에 두레마을이 들어서게 된다. 지리산에는 농업전문가, 기독예술가등 전문인력들이 두레운동을 발전적으로 전개하는 일을 펼치게 된다. 이러한 두레운동은 한국 지리산, 중국 연변, 미국 베이커스필드의 3개 공동체를 중심으로 계속 전개해나갈 것이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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