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2004-02-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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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동 현 목사 (언약교회)

아내는 다섯 살 때 미국에 와서 자랐다. 문화적으로, 미국적인 것에 익숙하다. 백인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5년 동안 아내의 신세를 톡톡히 졌다. 남편이 미국식으로 산뜻한 매너를 보여주지 못하면, 아내는 늘 아쉬워한다. 한국에서 군대를 마치고 미국에 공부하러 왔기 때문에 언제나 한국적인 것이 더 편한 나로서는, 미국적인 세련된 매너로 아내를 대하는 것에 대해 어색해 할 때가 많다. 마음속으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 같은 분위기 있는 남자임에 틀림없는데, 현실로는 그게 잘 되질 않는다.
그러다가 가끔, 큰맘 먹고 아이들이 보는 데서 아내를 안고 입을 맞추면서 PG-13을 연출해 본다. 두 아이를 낳은 후로, 이제는 잘 휘어지지도 않는 아내의 허리를 한껏 끌어안고 뽀뽀를 해 주면, 아이들은 영락없이 “우” 소리를 지르며 달아난다.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이 질러대는 “우” 소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안다. “우리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는 멋쟁이!”라는 의미를 알기 때문에, 아빠가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무리(?)를 하곤 한다.
한번은 아내와 서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감도는 긴장감은 집안 가득한 안개와 같았다.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럴 때 전화벨이라도 울려 줬으면 싶을 만치 무거운 적막감이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결국은 작은아이가 참지 못하고, 엄마의 품에 매달려 울어대기 시작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 사이의 긴장감 속에서 무서움을 참을 수 없었던가 보다. 늘 그렇듯이, 괜한 것으로 집안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죄목으로 결국 그 날 저녁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월남국수를 내가 사야 했다.
아이들을 위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무엇일까? 그들이 사랑하는 엄마를 아빠가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빠가 그들의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아이들은 삶의 안정감을 부모의 관계 속에서 찾는다. 부모의 관계 속에 불안의 요소가 있으면, 아이들은 평생을 불안한 정서를 안고 살게 되어 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나, 잘못된 ‘자녀 기 살려주기’는 오히려 그들의 미래를 죽이고 사회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억지로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아빠가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사랑으로 하나되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삶에 더없이 든든한 안전벨트를 채워주는 것이 된다.
매우 중요한 자녀 양육의 원칙이다.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엄마를 사랑하라. 아이들이 귀하다면 그들의 엄마를 귀하게 여겨라. 엄마를 소중히 여기는 아빠의 사랑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들의 미래를 향해 믿음과 안정감을 가지고 자라게 된다. 그 위에 행복한 인생을 집을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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