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뛰면서 전도하고 이웃 돕지요”

2004-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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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면서 전도하고 이웃 돕지요”

어둠을 뚫고 달리기 훈련중인 림형천 목사(가운데)와 나성영락교회 교인들. 로즈보울 파킹장에서 매주 2회 연습하고 있다.

3월7일 LA마라톤 230여명 출전하는
나성영락교회 림형천 목사·교인들

창립31돌 기념주일 축복·사랑나누기
장로들 100%동의, 모금액 6개단체에

나성영락교회와 새로 부임한 림형천 목사가 드디어 일을 벌였다.
오는 3월7일 열리는 2004년 LA 마라톤에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무더기로 출전하는 것이다.
그날은 나성영락교회의 창립 31주년 기념주일이다. 창립기념 주일날 열리는 마라톤에 담임목사가, 그것도 이제 갓 부임해 교인들 ‘눈치’를 보아야할 처지에, 주일예배 인도는커녕 교회를 떠나 달리기를 하다니, ‘배짱’이 좀 심하게 크지 않은가?
더구나 일요일에 열리는 마라톤에 대해 전통적으로 이곳 한인교회들은 반대입장을 취해왔다. 거의 하루종일 한인타운을 둘러싼 LA의 중심도로들이 차단되어 성도들이 교회에 가기 어렵다는 이유로, 한때 한인교회들은 단체로 서명운동을 벌여 마라톤을 토요일로 옮겨줄 것을 당국에 요구한 적이 있었을 정도다.
그러므로 교회가 마라톤에 출전한다는 뉴스는 그 자체로 매우 충격적이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영락교회 당회의 장로들이 새 담임목사의 이러한 파격적인 계획에 100% 동의하고 따라주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림목사는 주일날 마라톤에 출전한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큰 의미를 두거나 이슈로 삼지 않고 있다. 분명한 목적이 있고 신앙생활에 반대되지 않는다면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수님도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셨고, 아버지께서 이제껏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고난당하는 자들을 위하여 일하는 것이 안식일의 바른 정신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우리 나성영락교회도 이제 더 많은 축복과 사랑을 나누려합니다”
마라톤 행사는 이름하여 ‘사랑의 달리기’(Running with Love). 뛰면서 전도도 하고 모금도 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것이다. 이웃돕기를 위해 왜 하필 마라톤 출전을 계획했을까?
“모금하기 좋고, 우리 교회가 앞으로 사랑과 축복을 세상과 나누며 살아가자는 다짐을 보여주기 좋은 행사이기 때문이죠”
림목사는 이 행사의 목적으로 다음의 네가지를 정했다.
1. 세상을 사랑하며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2. 고난 당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3. 교회의 젊은이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 4. 전도의 기회로 삼는다.
지금까지 ‘사랑의 달리기’에 신청한 사람은 약 230명. 풀코스 도전자가 30여명, 5K(5 킬로미터)가 200명쯤 된다. 장애자부서인 소망부에서도 학생 18명, 교사 20명이 동참한다니 이 ‘튀는’ 행사에 보여주는 성도들의 관심과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모금은 선수들이 후원자를 모아서 기금을 마련한다. 후원자들이 출전자에게 마일당 얼마씩, 혹은 일인당 적절한 후원액을 기증하는 것이다.
목표액은 처음에 1만~1만5,000달러 정도였는데 의외로 후원이 뜨거워 4만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교회는 보고 있다.
모금한 돈은 6개 단체에 전달할 예정으로 ▲젊음의 집 ▲APCTC(정신장애자 후원단체) ▲세인트 빈센트 병원 ▲링컨하이츠 튜터링 프로그램(교회인근지역 청소년 방과후 프로그램) 등이 후원대상으로 결정됐다.
26.2마일을 완주해야하는 풀코스 마라톤은 상당기간 훈련과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교회는 지난달부터 로즈보울 파킹랏에서 주2회 훈련을 갖고 있다. 과거 뉴욕에서 10K에 한두 번 나가본 적이 있을 뿐 마라톤 경험이 없다는 림목사도 이번에는 일을 벌인 당사자인만큼 풀코스 완주를 목표로 연습중이다.
교회는 이날 행사를 위해 청년사역부와 장년사역부, 커뮤니티사역부, 전도사역부가 총동원돼 부스를 만들고 뛰는 선수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찬양으로 격려하며 전도할 계획이다. 부스가 설치되는 장소는 23마일 지점(Gramercy Pl.와 St. Andrews 사이의 올림픽 블러버드 선상)으로 물과 음료수, 오렌지, 바나나, 얼음 등을 나눠주면서 전도하고 응원하며 찬양한다. 이를 위해 동원될 자원봉사자만도 150명에 달한다.
그러면 주일예배는? 물론 예배는 정상적으로 5부로 나뉘어 실시된다.
다른 것이 있다면 부목사들이 설교를 맡게되고, 마라톤에 출전했던 담임목사와 교인들은 행사가 다 끝난 후 교회로 돌아와 오후 늦게 축제를 겸한 주일예배를 갖는 것이다.
림목사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달리는 것으로 설교를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나성영락교회


“생명의 떡 나누는 교회되자”
200개교회 목회자 자녀 장학금
한인 20개 봉사단체 지원계획등

6개월전 림형천 목사가 LA로 처음 부임했을 때 썼던 인터뷰 기사의 큰 제목이 ‘전통교회 바꾸러 왔습니다’였다. 요즘 나성영락교회 교인들은 그가 정말로 가장 전통적이었던 교회를 가장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 목격하면서 갈채를 보내고 있다.
림형천 목사는 위임식을 마친 다음 주일부터 연속 3주동안 ‘떡같은 교회’라는 제목으로 주일예배에서 설교했다. 떡같은 교회? 듣기에 따라서는 점잖지 못한 비유이지만 메시지는 훨씬 심오하고 간단하다.
“예수님이 세상에 떡으로 오셨으니 우리도 예수님을 닮아 생명의 떡과 사랑의 떡을 나누어주는 떡같은 교회가 되자”는 것이다. 그 외침을 다시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눠주는 교회가 되자’는 것. 오병이어의 현장에서 배고픈 무리들을 보면서도 ‘저들을 마을로 보내어 사먹게 하소서’라며 책임을 회피했던 제자들에게 ‘너희가 주어라’고 했던 예수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자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실천의 내용으로 나성영락교회는 올해부터 200개 교회 목회자 가정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나성영락교회는 축복을 많이 받은 교회입니다. 이제는 나눠야지요. 이민교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법을 찾다가 80%가 미자립상태인 이민교회 목회를 돕는 것이 그 지름길임을 알게 됐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목회자들이 많으므로 그들의 자녀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목회자 자녀는 어려움 가운데 자라면서도 교회 지도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그룹. 그러므로 장학금도 주고 여름에는 수양회 프로그램을 개설해 비전을 주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나누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는 또 한인 커뮤니티를 돕는 20개 봉사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이 단체들이 하는 일을 물질적으로, 영적으로 돕는 계획을 진행중이다.
지원금은 단체당 1년에 1만달러. 수혜 단체들은 1년에 한번씩 교회 예배에 참석해 자신들의 사역을 소개하고 사랑의 나눔에 관해 배움의 시간을 갖게 되며 교회는 매년 돕는 대상을 늘여갈 계획이다.
큰 교회니까, 부자교회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큰 교회일수록 더 움켜쥐고, 자기 교회만 더 커지려고 몸부림치며, 더 좋은 건물 건축만을 위해 온 힘을 다 하는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하나님 나라는 우리만 크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모든 교회가 함께 커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이루어진다”고 말한 림목사는 이런 노력들은 “단지 작은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더 좋은 소식, 더 깜짝 놀랄 일, 더 기쁜 일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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