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차 끓이는법

2004-0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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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재료를 소개한다면 성냄, 불평, 교만, 자존심, 짜증, 실망, 미움이다.
준비과정은 먼저, 성냄과 불평의 뿌리를 잘라내고 잘게 다진다. 교만과 자존심은 속을 빼낸 후 깨끗이 씻어 말고 짜증은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토막을 낸 후에 넓은 마음으로 절여 낸다. 다음은 조리법. 준비된 재료를 먼저 주전자에 실망과 마음을 한 컵씩 붓고 씨를 빼낸 불만을 넣은 다음 푹 끓인다. 미리 준비해 둔 재료에 인내와 기도를 첨가해 재료가 다 녹고 쓴맛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달인다. 기쁨과 감사로 잘 저은 다음 미소를 몇 개 예쁘게 띄운 후 깨끗한 감사의 잔에 부어서 따뜻하게 나누어 마신다. 어떤 신문에서 읽은 내용이다.
우리는 행복이란 아주 좋은 데서부터 오는 것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위의 내용은 행복의 재료가 모두 좋지 않은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좋지 않은 것들을 그냥 두는 것이 아니고 어떤 것은 반으로 토막을 내기도 하고 속을 빼내기도 하고 잘게 다지기도 한다. 이 재료들을 또 다시 푹푹 끓이는 과정도 있다. 부부끼리 행복하기를 원했으나 그와는 정 반대로 오래 살면 살수록 실증이 나고 이혼까지 하게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걸까. 젊어서는 자녀를 나아 기르느라 지지고 볶으며 정신없이 살다가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우울증. 꾹꾹 눌러 온 감정들을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채 지붕아래 별거가 상상만 해오던 이혼장에 드디어 사인을 하게 된다.
꼭꼭 감춰놓은 행복의 재료들을 끓일 줄 몰라 결국엔 가정이 깨어지는 아픔을 겪는 부부들에게 새해를 맞이하여 새해 선물로 행복차를 드리고 싶다.
행복차를 만드는 데는 쓰여지는 재료와 방법을 소개한다면, 속에서 끓어오르는 나쁜 감정들을 그냥 끓이면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반드시 껍질을 벗기고 부숴뜨리고 반으로 자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는 푹푹 삶아 쓴 물이 다 없어질 때까지 끓여야 한다.
패스트푸드가 유행하는 요즘 언제 끓여야 하나. 모든 것이 빨리빨리 되어 가는 세상에 언제 참고 지내나 말이다. 그 결과 이혼율은 세계정상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좀 더 행복하기를 원해서 눈물을 흘리며 치른 이혼의 과정은 생각지 않은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뿐, 따끈한 행복차의 맛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뒤늦게 느끼게 된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인내를 앗아가고 있는 핸드폰과 인스턴트 식품들은 행복차를 만드는데 상당한 방해꾼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 가졌던 나쁜 감정들을 몽땅 주전자에 넣은 채 인내와 기도로 푹푹 끓여서 따끈따끈한 행복차를 준비해 보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얼굴을 서로 마주 보고 맛있게 마셔 보자. 백지와 같은 하얀 2004년도 새해아침 하얀색 떡국을 먹은 후 행복차를 마시며 새해에 찾아 올 행복을 머리 속에 그려보며 행복의 꿈을 꾸기를 바란다.

황 순 원
(예향선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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